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의 자살 사건이 또 발생했다. 대전유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어제 오전 박사과정 3년차인 A씨(26)가 연구실에서 목을 매 숨져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한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평소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로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씨는 현재 휴학 중이며 지난달 이후 학교에도 나나타지 않았다고 한다. 정확한 것은 조사를 더 해봐야 알겠지만 박사과정 A씨가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은 그간 발생했던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자살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복합적이긴 하지만 대다수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주요원인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카이스트에서 발생한 잇단 자살은 '최고'라는 대학 특성과 과도한 경쟁이 원인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대학이라고 경쟁이 없지는 않지만 카이스트는 중·고교에서 2-3등 보다는 1등에 익숙했던 학생들이 유난히 많은 집단이다. 성장과정에서 경쟁에서 질수도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연습이 부족했다고 할 수도 있다. 경쟁서 밀리기라도 하면 심리적인 상실감을 극복하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다. 경쟁하는 학교 분위기, 고립된 기숙사생활 등이 겹쳐 정서 불안과 우울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4명을 비롯해 카이스트에선 올해까지 모두 10명의 학생들이 안타까운 목숨을 포기했다. 2011년과 이듬해엔 학생 5명의 잇단 자살로 학내는 물론 전국에 충격을 준 바 있다. 문제는 해마다 학생들의 자살이 이어지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자살방지 대책으로 스트레스 클리닉과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자살학생 대부분이 이곳을 거치지 않았다고 한다. 자살을 줄이기 위해선 학생들에게 일반 대학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 동급생이나 선후배, 친구 등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숙사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며 하루 종일 전공과 연구 경쟁에만 몰두하는 풍토부터 깨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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