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이란 빈도가 드문 희소 질환으로, 우리나라 기준으로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라면 희귀질환으로 분류가 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7000가지의 희귀질환이 보고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1000가지 정도의 희귀질환이 보고돼 있다. 그러나 환자수가 적다는 희귀질환의 특수성 때문에 사회적 관심이나 정책적 지원이 적을 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이 더디며, 관련 연구나 인식도 부족한 실정이다. `알 수 없는 적`으로 불리는 희귀질환에 대해 이지원 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희귀질환, 신장 침범 동반하는 경우 많아=희귀질환에 걸리면 신장침범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크게 나눠 보면 사구체질환, 세뇨관질환, 섬모질환, 혈관성 질환, 대사성·축적성 질환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질병경과 중 말기신부전으로 진행하는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

또 일차적으로 신장을 침범하지 않더라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희귀질환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방법이나 대체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아 만성 진행성 경과의 심각한 다장기 기능장애를 동반하게 된다. 때문에 희귀질환이 신부전을 동반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같은 상황이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투석이나 이식 등의 신대체요법을 필요로 하므로 치료 부담이 크고, 투병기간 동안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소가 된다.

필연적으로 신부전이 진행하는 질환이라 할지라도, 조기에 의심하고 진단하는 것은 말기신부전으로의 진행경과를 늦출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병이 상당부분 진행된 이후라도 신속하고 정확한 신대체요법을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예후를 개선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신장 희귀질환 중 사구체 질환은 선천성 신증후군, 알포트 증후군, 피어슨 증후군, 프레이저 증후군 등이 있으며, 세뇨관질환 중에서는 바터증후군, 기텔만증후군, 덴트병, 로웨증후군, 신성요붕증 등이 있다. 또한 섬모병증은 콩팥황폐증, 상염색체우성·열성 다낭신 등이 있으며, 혈관성질환으로는 비전형적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선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대사성·축적성 질환으로는 고옥살산뇨증, 아밀로이드증, 파브리병, 고셔병 등의 질환이 있다.

이와 같은 질환이 의심될 경우라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빠른 시일 안에 진단을 하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 어려운 만큼 관련 정보의 빠른 파악 필수=희귀난치성질환은 80% 이상이 유전적 소인을 가진다. 하지만 그 빈도 자체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전문가가 부족하고,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진단에 이르는 평균 기간도 3년 이상이며, 오진율 또한 매우 높아 병을 빨리 찾는 것이 어려운 편이다. 따라서 조기에 전문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희귀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병원도 많아 보다 빠른 조치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보는 필수다. 적을 잘 알아야 상대할 수 있듯, 병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야만 그에 따른 대처방안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보건환경연구원, 희귀난치성질환센터 등이 `희귀난치성질환 헬프라인(http://helpline.nih.go.kr)`을 통해 각 지역별 거점병원 및 전문병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방에 살고 있다면 희귀질환 특수클리닉, 희귀난치성질환 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 거점병원을 이용하는 것도 병을 조기발견할 수 있는 매우 좋은 방법이다.

◇지원받을 수 있는 질환 파악해 둘 필요도 있어=현재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고 있다. 이에 대한 특수검사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진단·치료에 대한 적극적 노력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희귀질환은 아직까지 발병 기전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거나 근본적으로 완치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질환 발생 빈도가 드물기 때문에 연구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뚜렷한 치료 방법도 개발돼 있지 않은 질환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희귀질환 환자들은 고가의 의료비가 소요되는 장기적인 투병생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복합적인 장애를 동반하는 사례가 많아 재활치료를 병행하게 되므로, 환자가 발생하면 가계의 부담도 매우 크다. 이에 정부도 매년 진단 지원이 가능한 질환들을 선정해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들이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희귀난치성질환 헬프라인을 이용할 경우, 어떤 진단 지원 질환들이 있는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가에서 산정특례의 대상으로 지원하고 있는 질환은 150가지 정도다. 더욱 많은 질환이 있고, 또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적극적인 정보 파악이야 말로 희귀질환과의 긴 싸움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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