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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고 싶다" 4년전 일왕발언, 퇴위의사 표명으로 새삼 주목

2016-07-15기사 편집 2016-07-15 18: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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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82) 일왕의 생전 퇴위가 거론됨에 따라 '한국에 가고 싶다'는 4년전 그의 발언에 새삼 관심이 쏠린다.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대로 일왕의 생전 양위가 실현된다고 치면 아키히토 일왕의 '재위 중 방한'은 '수년'이라는 시간의 제한이 생긴 상황이다.

일왕은 2012년 9월 쓰루오카 고지(鶴岡公二) 당시 외무성 종합외교정책국장에게 "언젠가 우리(일왕과 왕비)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그에 앞서 2001년 12월 생일 회견 때 일왕은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 뿐 아니라 일왕은 2005년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하고 2007년,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 이수현씨를 소재로 만든 영화를 관람하는 등 한국에 상당한 관심을 표해왔다.

작년 8·15때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처음 언급한 일왕은 중국, 사이판, 필리핀, 팔라우 공화국 등 과거 일본이 저지른 전쟁으로 피해를 본 나라를 다니며 위령의 여정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생전의 한국 방문은 일왕 개인 입장에서는 '여정'의 마침표를 찍는 일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일왕의 방한은 양국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다.

2009년 9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일본 천황의 내년(2010년·경술국치 100년) 방한이 한일 양국 관계의 거리감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고 같은해 12월 일본 집권 민주당의 실력자였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당시 간사장은 "한국 국민이 환영해 준다면 (일왕 방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키히토 일왕의 재임중 방한은 식민지배 등 과거사에 대한 사죄 문제와 떼어 놓을 수 없을 것이기에 현재와 같은 미묘한 한일관계에서 성사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할 선왕과는 입장이 다르지만 첫 방한의 상징성을 감안할 때 과거사에 대한 사죄 문제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또 과거사 사죄 요구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일본 우익 진영은 일왕의 방한에 뿌리깊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후 일본 사회 전체가 격렬하게 반발했던 일도 일왕의 사죄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인식차를 확인시켰다.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쪽에서도 '천황이 방한하려 하면 한국 쪽에서 (사죄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갖고 있고 한국 쪽에서도 천황의 방한을 크게 바라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기미야 교수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방한이 성사되려면 천황 본인이 '꼭 가고 싶다'는 등의 의사를 보여야 하는데, 천황이 정치적인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잘 하는 분도 아니다"며 "또 (수교 50주년 등) 방한을 할 만한 좋은 계기가 있으면 난관도 넘어설 수 있겠지만 당장 그런 것이 있을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최근 정부 사이에는 정상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한일관계의 개선 여하에 따라 앞으로 일왕의 재임 중 방한 이야기가 다시 나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일왕 방한은 한일관계 개선의 결과로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이지, 그것을 목표로 추구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