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러던 중에 홍 포수에게 중대한 정보가 들어왔다. 부산에 있는 어느 시장에서 꿩을 구입하여 먹은 사람이 죽었다는 정보였다. 시체 검안을 한 결과 죽은 사람의 몸에서 청산가리 성분이 나왔다. 그리고 그가 먹었다는 꿩의 몸에서도 청산가리 성분이 나왔다. 그 사람은 청산가리로 독살된 꿩 고기를 먹고 죽은 것이었다.

그 꿩은 경남 지리산 기슭에서 대량으로 잡혀 시장에 나온 것이엇다.

그렇다면….

홍 포수는 다음날 새벽에 꿩이 대량으로 잡힌다는 산기슭 밭과 모래사장에 나가봤다. 홍 포수는 그곳 밭과 모래사장을 보고 크게 놀랐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겠는가.

수만 평이 넘을 것으로 보여지는 그곳 밭과 모래사장에 거대한 페르시아 주단이 온통 깔려 있었다. 화려한 꽃 무늬가 있는 아름다운 페르시아 주단말이다.

물론 그건 실제 주단이 아니었다. 광대한 밭과 모래사장에 수십만 마리나 될 것 같은 꿩의 시체가 깔려 있었다. 아름다운 꿩의 무늬가 그 광대한 곳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꿩들이 죽었을까.

열 대가 넘을 것 같은 리어카를 끌고 있는 밀렵자들이 그 꿩의 시체를 주어담아 멀리 신작로에 대기하고 있는 트럭에 운반하고 있었다. 트럭도 대여섯 대가 될 것 같았으며 수십 명이나 되는 밀렵자들이 리어카들이 운반해오는 꿩의 시체를 부지런히 싣고 있었다.

열명도 안 되는 밀렵단속원들로서는 도저히 검거할 수 있는 대규모 밀렵행위였다.

그 꿩들은 극독인 청산가리로 잡은 꿩들이었다.

누군가가 청산가리를 탄물에 담겨 두었던 보리를 그 광대한 밭과 모래사장에 뿌려 놓은 것 같았다.

꿩은 조선의 사실상 국조였으며 조선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흔한 새였다. 그 꿩들은 지리산 주변의 산에서 밤을 보내고 새벽에 식사도 하고 모래욕도 하기 위해 일제히 아래쪽 밭과 모래사장에 내려갔다가 대량 참상이 되었다. 극독인 청산가리가 들어 있는 보리는 꿩의 입에 들어가는 순간에 독을 뿌려 꿩을 즉사시켰다.

세상에 여러 형태의 밀렵이 있었으나 그렇게 많은 꿩을 한꺼번에 독살시키는 밀렵은 없었다.

밀렵단들은 그렇게 많은 꿩들을 죽였으나 그걸 운반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다.그 밀렵단에는 일본 야쿠자들이 끼어 있었다.

그들은 항구에 도착한 꿩의 시체들의 목을 따 목줄과 위장들을 끄집어내고 모두 드럼통에 실어 배로 일본으로 보내고 있었다. 그 꿩들은 청산가리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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