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홍 포수는 누가 자기의 음식에 독을 넣었는지 조사했으나 알 수 없었다. 홍 포수는 그래서 보다 큰 눈으로 최근에 일어난 대규모 밀렵사건의 배후를 살펴봤는데 무엇인가 공통의 배후가 있는 것 같았다.

우선 그 밀렵의 규모로 봐서 배후에서 큰 돈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광대한 강변 갈대밭에 수백 개나 되는 뗏목 같은 그 풀판을 치려면 큰 돈이 필요했고 뱀을 잡기 위해 길이가 100m나 되는 그물을 치려고 해도 역시 큰 돈이 필요했을 것이었다. 누군가 큰 돈을 갖고 있는 배후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홍 포수는 최근에 일어난 대규모 밀렵을 재조사했는데 재소사 사흘만에 새로운 수사의 단서가 될 물건이 발견되었다.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진흙탕이 되어있는 곳에 신발이 한 짝 빠져 있었다. 진흙탕 속에 깊이 빠졌기 때문에 그대로 버리고 간 신인 것 같았다.

그 신은 아직 조선에서는 쓰여지지 않는 물건이었다. 일본제인데 일본사람은 그걸 지카라비라고 불렀다.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나 인력거를 끄는 인부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이었는데 지카라비란 일본말은 땅을 밟은 버선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그건 발목까지 올라오는 버선 같았다. 지카라비의 특징은 바닥이 얇은 고무로 되어 있어 그게 발바닥에 딱 밀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신고 있는 사람이 소리 없이 가볍게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발자국 조사를 해보니까 최근에 일어난 큰 밀렵사건의 범인들 중에는 그 지카라비를 신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최근에 일어난 대규모 밀렵사건에 일본인이 개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홍 포수는 조사 범위를 더 넓혀 최근에 대량으로 밀렵된 오리나 뱀들이 판매되었던 시장을 조사해봤는데 예상했던 대로 그런 시장에는 일본인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일본의 야쿠자(폭력단)들이었다.

야쿠자들이 잡혀온 오리나 뱀을 처분하는 데 끼어 들여 그중 일부를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었다.

이제 배후가 드러났다. 그 야쿠자들의 신원을 조사해보니 꽤 큰 일본 야쿠자들이였다. 그 야쿠자들은 조선에도 조직을 확대하여 활동하고 있었다.

밀렵꾼들의 조선인 조직은 정체가 잘 드러나지 않았으나 거리낌 없이 일을 하는 일본 야쿠자들의 움직임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일본 야쿠자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조선인들을 내사한 결과 그들의 정체도 드러났다. 경성이나 부산에서 활동하는 큰 상점의 주인들이었다.

그런 큰 상점의 주인들이 일본 야쿠자들과 손을 잡고 대규모 밀렵의 배후가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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