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안희정 시대정신 지역주의 틀에 가둬선 곤란 통합·분권 가치에 주목을

충청 인물이 차기 대권을 거머쥔다는 이른바 충청대망론이 정치권의 상수가 된 지 오래다. 18대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변방에서 맴돈 과거 정치사를 돌아볼 때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충남 아산이 고향인 윤보선 대통령이 4·19 혁명 직후 반짝 재임한 걸 제외하곤 누구도 청와대에 입성하지 못했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이인제 의원이 대권 도전에 나섰지만 줄줄이 분루를 삼켰다. 인구가 적고, 정치세력이 미미하다 보니 역부족이었다.

박탈감과 소외감 속에 15대 대선에서 DJP 공조로 김대중 공동정권을 탄생시키며 민주화를 완성했다는 자부심도 내각제 추진이 파기되면서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충청맹주인 JP의 잇단 좌절을 지켜보며 충청인에게 대권은 아쉬움이자 염원이 된 측면이 있다.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자책과 함께 뭉치지 못한다는 탄식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 즈음이다. 그리고 20대 대선을 1년 여 앞둔 오늘 충청대망론은 대세가 되기에 이른다.

왜 충청대망론인가. 일각에선 충청인구가 호남을 넘어서며 덩치가 커진 것을 우선적으로 거론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2013년 8월 충청권 인구는 호남권을 추월했다. 조선시대 이후 600년 만의 일이다. 2014년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국회의원 불균형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현재 충청 의석은 27석, 호남은 28석이다. 19대 국회 상반기에 강창희 의장-박병석 부의장-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이라는 삼두마차가 탄생했고, 국무총리로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가 기용됐다. 모두 충청 정치의 무게를 실감케 하는 일이었다.

위상이 한껏 올라간 가운데 범여권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야권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잠룡으로 떠오르면서 충청대망론은 더욱 부상했다. 반 총장은 충북 음성, 안 지사는 논산이 고향인 충청 토박이다. 반 총장은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 1위를 놓치지 않고 있고, 안 지사는 17개 시·도지사 중 직무수행 지지율 최상위권을 지켜왔다.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차기 대권 후보로 둘만한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닌가.

충청대망론의 화두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한때 JP에 대한 충청의 지지가 `반사적 지역주의`로 매도된 상황에서 고향의 유력주자들에게 보내는 지역민의 환호를 이해 못할 바 아니다. 하지만 충청대망론은 대권주자가 충청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충청의 DNA가 차기 리더십과 깊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귀결돼야 마땅하지 않을까. 충청인만큼 통합과 분권이라는 시대정신과 가치를 구현할 인물이 없고, 반 총장과 안 지사야말로 그 대표주자라는 의미다. 지역주의의 피해자인 충청이 두 인물을 지역주의의 틀 속에 가둬선 충청으로 보나, 대한민국으로 보나 불행한 일이다.

흔히 충청인을 뜨뜨미지근 하다고들 한다. 결단력이 없고, 추진력이 약하다는 냉소가 담겨 있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지적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면 앞장 서 목숨 바친 게 충청인이다. 역사적으로나 생래적으로 늘 지역이익 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움직였다. 어느 지역 인물보다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게 충청인이란 얘기다. 망국적인 양극화를 해소하고, 통일 시대를 준비하는 데 있어 충청인의 품성과 자질은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산업화 시대에 독불장군이 필요했다면 지역과 이념, 계층이 뒤엉켜 갈갈이 찢긴 이 시대엔 충청인의 신중과 배려, 경청과 소통, 화합과 통합의 미덕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특히 충청은 역대 대선에서 늘 슬기로운 선택을 해왔다. 15대 대선 이후만 하더라도 충청의 지지를 받은 인물이 대권고지에 올랐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예외가 아니었다. 이제 반 총장과 안 지사를 향한 지지와 성원은 그들의 고향이 충청이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둘만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으로 수정돼야 맞다. 물론 충청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우리의 미래를 맡기기에 더 적합한 후보가 있다면 지역과 상관없이 지지를 보내는 `열린 마음`을 견지할 걸로 믿는다.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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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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