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고소를 받은 검찰은 처음에는 홍 포수가 과잉단속을 했다고 의심하여 조사를 시작했으나 홍 포수는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았다.

홍 포수는 그 기회에 조선의 밀렵꾼들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했는지를 밝혔다. 낙동강변 갈대밭에서 오리밀렵을 했던 대규모 밀렵꾼들은 무려 300마리나 되는 오리들을 몽둥이로 타살했고 그걸 제지하는 밀렵단속대원 네 명에게도 부상을 입혔다. 홍 포수는 또한 그 기회에 밀렵꾼들이 검거되어도 그 대부분이 벌금으로 감형되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실도 밝혔다. 그래서 그들 조사하던 검찰이 오히려 자기들의 책임을 느껴 조사를 끝냈다.

홍 포수는 그러자 다시 산으로 돌아가 밀렵단속을 계속했다.

밀렵꾼들은 악랄했으며 잡을 수 있는 야생동물들을 모조리 잔인한 방법으로 잡고 있었다. 경남 지리산 기슭에서는 뱀들이 대량으로 잡히고 있었다. 조선에서는 뱀이 약이 된다고 비싼 값으로 팔리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뱀 밀렵꾼들이 날뛰고 있었다.

그러자 뱀이 잡아먹는 쥐 종류의 파충류들이 불어나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홍 포수는 그 뱀의 밀렵을 조사했다. 홍 포수는 경남 지리산 기슭에서 폭이 2m쯤 되는 그물이 100m나 길게 산기슭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띠처럼 긴 그물은 초겨울 겨울잠을 자려고 바위산 동굴로 모여드는 뱀들의 통로에 설치되었으며 뱀들은 바위산 위쪽에 있는 겨울잠 동굴로 가기 위해서는 그 그물을 통과해야만 했다.

그런데 손발이 없는 뱀들은 그 그물을 통과하지 못하고 모두 걸렸다.

홍포수가 적발한 것만 해도 수천 마리의 각종 뱀들이 그물에 걸려 우글거리고 있었다. 홍 포수는 거기서도 성급한 단속을 하지 않았다. 홍 포수는 그물과 뱀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잠복감시를 하다가 그물을 설치한 대규모 밀렵꾼들이 그 뱀들을 뱀탕집으로 갖고 갔을 때 뱀탕주인과 함께 일망타진했다. 그 뱀들은 뱀탕집에서 약으로 팔리고 있었는데 먹구렁이 같은 뱀은 한 마리에 100엔에 거래되고 있고 만병통치의 특효가 있다는 흰뱀은 한 마리가 천엔에 팔리고 있었다. 그 당시 일본돈 천엔은 도시에서 날아가는 듯한 기와집을 구입할 수 있는 돈이었다. 흰뱀이란 사실은 백화병에 걸린 뱀이었으며 그게 약효가 있다는 근거는 전혀 없었다.

홍 포수는 그 뱀의 밀렵단속을 하면서도 신병의 위험을 느꼈다. 홍 포수는 자기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죽음의 마수를 느꼈다.

홍 포수는 주막에서 쉬고 있을 때도 자기가 받은 밥상을 상세히 조사했는데 어느 주막에서는 독이 들어 있는 음식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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