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퉁겨 올리기 올가미 틀을 설치한 것으로 보여지는 밀렵꾼들은 그날 밤에 나타났다. 깜깜한 어둠 속이었으므로 확실치는 않았으나 대여섯 명쯤 되는 것 같았다. 대규모 밀렵단 같았으며 그 어둠 속에서 그들과 싸우는 것은 위험했다. 홍 포수는 새벽까지 계속 잠복해 있다가 새벽에 그들의 뒤를 추적했다. 끝까지 추적하여 밀렵꾼들을 모두 잡을 생각이었다.

밀렵단들의 발자국들은 뚜렷했고 발자국에는 가끔 사슴 피가 떨어져 있었다. 마치 그들에게 피살된 원수를 갚으려는 듯이 사슴의 피가 그들이 도망가는 곳을 밝혀주고 있었다.

밀렵단들은 산기슭까지 사슴의 시체를 끌고가 거기서 소달구지에 싣고 가고 있었다. 그러나 사슴의 시체는 계속 피를 떨어뜨리면서 밀렵단들이 도망가는 곳을 알려 주고 있었다.

밀렵자들은 그날 오후 영양군에 있는 영양읍에 도착했다. 영양읍에는 철도가 부설되어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고 있었다.

거기에 자그마한 요리점이 하나 있었다. 멧돼지 고기를 비롯한 산짐승들의 고기를 파는 요리점이었는데 미식가들과 산짐승 고기를 약으로 먹는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홍 포수는 그곳을 관찰하는 경찰서의 순경들을 동원하여 그 요리점을 덮쳤다.

요리점 부엌에는 밀렵된 사슴과 멧돼지고기들이 걸려 있었고 뱀과 오소리의 시체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집 창고에는 올가미를 비롯한 각종 밀렵도구들이 숨겨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열 서너 명이나 되는 밀렵꾼들을 비롯하여 멧돼지고기 요리를 먹으려는 미식가들이 큰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주로 일본인들이었다. 일본인들은 멧돼지고기를 아주 좋아했는데 그날 큰방에는 밀렵을 단속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일본관리들도 있었다. 그들은 홍 포수를 보고 미숙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안방에는 산짐승들의 피를 약으로 마시려는 남녀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멧돼지나 사슴 노루 피는 약이 되었기 때문에 그들은 벌써 며칠 전부터 거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홍 포수는 밀렵꾼들을 일망타진하고 요릿집 주인도 체포했다. 고정 수요가 있기 때문에 밀렵이 성행했었다.

체포된 밀렵자들은 검찰에 넘겨지고 검찰은 그들을 기소했으나 기소된 대부분은 가벼운 벌금형으로 감형되었고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거의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 당시의 밀렵처벌은 그런 결과가 되었기 때문에 밀렵단속도 큰 효과가 없었다.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