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가족애는 물론 이웃의 정을 진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지금은 이웃에 대한 정이 사그라져 찾아볼 수는 없지만 80년대만 해도 이웃은 우리에게 가족이자 친구였다. `응팔`에서는 이웃 간의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을지 몰라도 서로를 아끼는 이웃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줬다.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들은 이웃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기쁜 일이 생길 때에는 자기일이 것 마냥 함께 슬퍼하기도 하고 기쁨을 서로 나누기도 했다.

마지막 회에서는 하나둘씩 골목을 떠나며 울먹이는 쌍문동 이웃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응팔`은 러브라인보다 진한 이웃의 정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한때 서로를 가족이자 친구로 여겼던 이웃사촌이 요즘 시대엔 이웃웬수로 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응팔` 속 이웃 간의 정은 판타지이다. 이웃 간의 정은 옛말이다.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옆집에 누가 사는지, 옆집과 안부 인사도 나누지 않은 채 서로에 대해 무관심하다. 윗층 발소리만 들려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대표적으로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다. 지난해 환경부가 집계한 최근 4년 간(2012년-2015년 6월) 소음 관련 민원 및 처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민원은 2012년 7021건에서 2013년 1만 5455건, 2014년 1만 6370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이웃 간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말 싸움이나 폭행을 넘어 살인극으로 번지기도 한다. 얼마전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60대 A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두른 3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흉기를 휘둘러 부인을 숨지게 하고 A씨를 다치게 했다. 어깨 등을 4-5차례 찔린 A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A씨 부인은 복부 등을 4-5차례 찔려 결국 숨졌다. 순간 `욱`하는 감정표출이 이웃 간의 정을 끊는데다 자신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수렁으로 빠트린 것이다.

층간소음이 이웃 간 넘어서는 안될 울타리를 쳐놓았다. 서로를 알고 대화를 나누면 오해도 풀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도 생긴다. 이웃 간 정을 끊어놓은 마음의 벽을 허물고 배려와 공존의 지혜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황진현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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