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공자(孔子)에게 제자인 자공(子貢)이 물었다.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 누가 더 어집니까?" 평소 제자들의 성격을 잘 파악했던 공자는 "자장은 너무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자공은 "그럼 자장이 더 낫다는 말입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로 지나치게 과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구절이다. 자장은 진취적이지만 자신감이 넘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었고 독선에 빠지는 우를 범하기 쉬웠다. 반면 자하는 온화하면서 남을 배려할 줄 알았지만 열정과 열망이 없었다. 과유불급은 과하거나 미치지 못하는 점 없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점이 없도록 하는 중용(中庸)을 강조한 말이다.

정치인에게는 다양한 덕목이 필요하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물론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 또한 필요하다.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정치인이 리더가 됐을 땐 얘기가 달라진다. 정치인이 대통령이나 장관, 지자체장이 되면 자신과 뜻을 같이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하고 정책을 실행할 땐 그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국민들을 설득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또 국민들을 위해선 자신과 뜻을 같이 했던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7대 대전시의회 후반기 의장단이 선출됐다. 신임의장은 의장 선출 과정에서 정당의 당론을 따르지 않아 징계를 앞두고 있다. 징계와는 별도로 이제 시의회 의장으로서 중용의 덕을 발휘해야 한다. 후반기 시정을 견제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는 시의회를 이끌 신임 의장은 당을 떠나 모든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좀 더 낮은 자세로 겸손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의장 선출과정에서 둘로 나뉘었던 것을 다시 하나로 합치고, 새누리당과 시의회 전체를 화합시키는 것도 신임 의장의 몫이다.

승리에 도취해 독선에 빠질 경우 그에 대한 비난은 고스란히 의장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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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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