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벼락틀 때문에 생긴 사고는 그곳뿐이 아니었다. 그해 벼락틀 때문에 일어난 사고는 경상도에서만 3건이나 되었다.

그해 초 경북 달성군에서도 나무꾼 한 사람이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급히 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그만 받침대를 건드려 틀이 무너지는 바람에 압사했다.

경남 거창에서도 아이들이 장난을 치다가 그만 틀이 무너져 한 아이가 죽고 한 아이가 중상을 입었다.

경북 청송에서도 젊은 남녀 두 사람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틀 안에서 밀회를 하려다가 그만 틀을 건드려 틀이 무너지는 바람에 둘 다 압사했다.

벼락틀을 만드는 일은 쉬운 것 같았지만 어려웠다. 그 일은 노련한 틀꾼만이 할 수 있었으며 아무나 할 수 없었다.

특히 돌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무거운 뗏목판을 막대기 하나로 받쳐 비스듬히 받쳐 놓는 일은 노련한 전문가만이 할 수 있었다.

벼락틀은 웬만한 폭우 폭설 폭풍에 쓰러지지 않게 튼튼해야만 했다.

그리고 산더미 같은 돌들이 쌓여 있는 뗏목판을 받치고 있는 막대기는 들쥐나 여우 같은 짐승이 잡아당겨도 쓰러지지 않도록 튼튼해야만 했다.

그런 작은 짐승들을 잡으려고 만든 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튼튼해도 안된다. 범 표범 곰 등 큰 짐승이 미끼를 물고 잡아당길 때 쓰러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큰 범 같은 큰 짐승들을 잡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련한 틀 전문가는 틀의 균형을 잘 잡아 막대기를 세운다. 범 같은 큰 짐승이 미끼를 물고 당기면 갑자기 뗏목이 쓰러져 그 위에 쌓여 있던 돌들이 무너져 미끼를 물고 당긴 짐승을 깔아버려야만 했다.

그런데 그 벼락틀을 설치했던 마을에는 그런 노련한 벼락틀 설치 전문가가 없었다.

그 마을은 그런 전문가가 없었는데 범 등 큰 맹수를 잡을 욕심으로 몇 사람의 틀꾼들이 그 벼락틀을 설치했다. 대충 만들어 놓으면 범이 걸릴 줄만 알았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마을사람들은 벼락틀의 돌들이 벼락 같은 소리를 내면서 무너지자 창과 칼을 들고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벼락틀은 무너져 있었으나 깔려 죽은 범은 없었다.

그리고 돌에 깔려 죽은 나무꾼의 시체가 있었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엉터리 벼락틀을 만들어 사람을 죽게 한 책임을 피하기 위해 멧돼지가 벼락틀을 쓰러뜨렸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거짓말이 탄로나자 마을사람들은 더 큰 죄를 지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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