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질 중요시하던 문화 권력·돈이 지배하는 사회로 국민 행복 가치 다시 새겨야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연말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전 세계에 수 없는 뉴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분명 미국 대통령 선거인데 세계의 눈들이 이곳으로 집중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미국 대통령이기는 하지만 미국이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의 위상, 즉 미국과 미국 대통령은 미국 이외의 세계 여러 나라의 문제와 결코 무관한 상태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때로는 부정적이기도 하고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세계 대통령 세계 경찰, 세계 평화, 세계 민주주의 수호자로 타칭 혹은 자칭하는 이유가 미국이 가지고 있는 세계무대에서의 역할 때문인 것이다.

역사의 시대구분과 역사적 평가 중에는 자주 사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금 시대, 은 시대, 동 시대라는 말이 있다. 금 시대는 위대한 리더들(왕이나 대통령)이 자신의 국가와 국민들을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의 발전과 인류사회의 증진에도 큰 업적을 남긴 경우이다. 은 시대는 금 시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국가발전과 세계의 문제에 기여하는 경우를 말한다. 말할 것도 없이 동 시대는 세계의 문제는커녕 자신의 국가의 문제조차 잘 다스리지 못하는 경우이다.

영국으로부터 미국을 독립시킨 이른바 `건국의 아버지들`의 시대는 금 시대에 해당한다. 워싱턴, 애덤스, 제퍼슨, 매디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왕이나 황제의 시대를 종결하고 대통령(president)의 시대를 만들어 낸 인물들이다. 왕이나 황제처럼 모든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pre(앞)+side(쪽에서)=preside(사회를 보는) dent(사람)으로서의 인류 최초로 피가 아닌 능력과 자질에 따라 평화로운 정권교체 시스템이 그것이다. 약간의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금 시대 대통령들은 세계평화와 교육의 중요성 등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그 후 먼로, 존 퀸시 애덤스, 앤드류 잭슨 정도가 은 시대에 해당된다. 금 시대 인물들보다는 아니지만 이들 역시 국가의 발전과 국민들의 생활개선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다. 그 다음 뷰렌, 해리슨, 타일러, 포커, 테일러, 필모어, 피어스, 뷰캐넌 등은 동 시대의 대통령들이다. 이들의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그러나 분명 이들은 약 20년 동안 미국 대통령이었다. 그러다 다시 금 시대를 능가하는 위대한 대통령 링컨이 탄생시켰다. 몇 년 전 모리스 버만은 `미국 문화의 몰락`이라는 책을 냈다. 여기에서 버만은 고대 로마가 화려했던 금·은 시대를 지나 동시대에 이르러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기속화로 로마 중산층의 몰락,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문제해결의 한계, 지적 수준의 하향평준화로 비판의식의 소멸되어 로마가 멸망의 길로 갔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지금의 미국 역시 로마가 멸망의 길을 간 것처럼 그러한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버만은 이러한 멸망의 길을 가속화 시키는 것은 뉴스, SNS, 이메일, 월가의 돈 등 이른바 백색소음으로 활력을 위장하여 몰락의 위기를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 멸망의 출발점을 5현제 시대가 끝나고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는 서기 200년을 전후로 보고 있다. 왕정이던 공화정이던 제정이던 면면히 흘러내려오고 유지되었던 로마의 정체성인 공화(共和, res-public) 정신이 이때 와서 와해되고 권력과 돈과 힘이 지배하는 시대의 도래가 위대한 로마를 멸망의 길로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미국이 건국한지 240년을 넘고 있다. 지금 미국과 미국국민들이 소비문화와 백색소음에 빠져 민주주의, 세계평화, 인권 등의 고귀한 미국의 정체성을 저버리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분명 유권자들인 미국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그들의 대통령이지만 스스로 품격 높은 미국의 정체성을 버리려는 사람을 그들의 리더로 선택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돈과 경제가 답이라고 말하지만 국가적 차원의 리더는 돈과 경제의 문제보다 더욱 높은 차원의 이슈가 국가와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김형곤 건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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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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