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매매 관련자 무혐의·해양박물관 반환 결정 지역사회 "상식 어긋난 결정" 반발 여론 확산

국보(제76호)인 난중일기에 버금가는 유물로 알려진 이순신 장군 장계별책(표지명 충민공계초)의 아산 현충사 반환이 끝내 좌절됐다. <본보 4월 22일자 15면 보도>

대전지방검찰청(이하 대전지검)은 장계별책을 국립해양박물관에 돌려주기로 하고 수사를 종결했다고 4일 밝혔다.

대전지검은 대전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장계별책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8월 김모씨와 이를 유통시킨 조모씨 등 3명을 불구속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장계별책 유출과 매매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대전지검은 수사 결과 사건 관련자들을 무혐의로 결정했다. 이번 무혐의 결정으로 국립해양박물관은 장계별책을 돌려 받게 됐다. 국립해양박물관은 2013년 4월 장계별책을 경찰 수사로 압수 전까지 구입해 보관해 왔다.

장계별책은 1592년부터 1594년까지 이순신 장군이 선조와 광해군에게 올린 임진왜란 상황보고서 68편을 모아 1662년 필사한 책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국립해양박물관이 정상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판단해 무혐의 결정하고 수사과정에서 보관한 장계별책은 제출인인 국립해양박물관에 돌려줄 방침"이라며 "소유권 다툼은 당사자들이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장계별책의 국립해양박물관 반환을 결정하자 현충사가 소재한 아산 지역 시민사회는 '상식에 어긋난 결정'이라며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온양문화원 전종호 원장은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이 성장하고 아산은 장군의 묘가 있는 등 이순신 장군과 가장 유서 깊은 지역"이라며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도 신축한 현충사에 장계별책을 보관·전시할 수 없다면 현충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중요 유품인 장계별책을 국립해양박물관에 보관·전시하는 것은 상식에도 어긋난 결정이고 아산 시민을 우롱한 처사"라고 성토했다.

실리와 명분 둘 다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 임원빈 소장은 "국민 정서나 연구자 입장에서 이순신 장군 관련 자료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것 보다 한 곳에 정리·보관·전시되는 것이 좋다"며 현충사 반환을 촉구한 뒤 "법리적으로 국립해양박물관 소장이 맞다고 해도 국가기관인 현충사와 해양박물관이 자발적으로 협의해 양도 방안을 찾아 보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 현충사관리소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충사관리소 관계자는 "장계별책은 이순신 종가가 있는 현충사에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검찰에서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이 없어 더 이상 말하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현충사관리소는 그동안 장계별책이 1969년까지 현충사 유물관 전시품목에 나와 있었던 점을 앞세워 장계별책의 현충사 소장·전시를 주장했다.

한편 김모씨는 2007년 6월 초 이순신 장군 15대 종부인 최모씨로부터 쓰레기 등 집안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종가에 방문해 장계별책 등 112권의 고서적을 골라 자신의 집에 2011년 6월까지 은닉했다. 김씨는 자신이 보관한 장계별책 등 112권을 문화재 매매업자인 조모씨에게 500만 원을 받고 팔았다. 조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문화재매매업자에게 장계별책 등 고서적을 판매했다. 이후 장계별책은 두번의 매매를 거쳐 국립해양박물관이 구입했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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