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중심·타지역 출신 고른 분포 융합 통한 새로움 창출 천혜 환경 문화중심 지역 정체성 회복 필요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
송복섭 대전도시재생지원센터장
대전은 유서 깊은 역사도시가 아니다. 삼국시대 잃어버린 백제를 회복하고자 전투를 벌인 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고, 고려시대 공주 명학소 망이·망소이난이 일어난 땅이 지금의 대전 서구 탄방동 근처라고 알려져 있으며, 조선시대 회덕현과 진잠현이 있었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대전이라는 도시와는 사뭇 거리가 있다. 대전이 현재 도시를 시작한 것은 경부선 대전역 개통과 충남도청이 공주로부터 이전해 온 것이 그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대전은 국토의 중심에 위치한다. 지명이 일컫는 바대로 대전은 세 개 하천 사이의 넓은 땅을 기반으로 하며 경부선과 호남선 등 주요 도로가 모이는 교통도시로 발전하기도 했다. 사람의 기질이 땅을 닮는다고 했던가? 대전사람들은 대체로 모나지 않고 원만하며 자기 의견을 고집스레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전에서 텃세가 심하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는 것 같고 실제 인구구성도 전라, 경상, 충청 출신이 골고루 섞여 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칫 대전과 대전사람들이 특징 없고 애매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로마가 오랫동안 세계의 중심으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피정복 주민들에 대해 관대하고 포용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며, 몽골도 넓은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이 종교와 직업 등 여러 방면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도 19세기 예술을 중심으로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출신 나라와 배경을 따지지 않고 능력과 재주만 있다면 모두 개의치 않았던 결과라고 한다. 구별짓기와 빼기를 주로 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지만 더하기와 곱하기를 장려한 사회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음을 역사는 증명한다. 구분하지 않는 관대함 속에서 모든 특색은 융합의 용광로가 되어 새로운 창조와 발전을 이끌어낸다.

대전은 융합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 수 있는 천혜의 환경을 지녔다. 지리적으로도 국토의 중심에 있고 전국 어디로부터도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교통여건도 뛰어나며 지역적으로 치우친 인구구성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전사람들은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잘 발휘해 오고 있다. 대전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튀김소보로는 기존의 소보로빵과 단팥빵을 섞은 다음 기름에 튀겨서 독특한 새로운 빵을 만들어 낸 결과이다.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칼국수도 대전에서는 집집마다 다른 맛과 비결을 갖고 있다. 대전사람들이 즐겨 찾는 장소도 타 지역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대전다운 매력을 지니고 있다.

대전사람의 기질을 잘 드러내는 말 중에 `원도심`을 꼽을 수 있다. 오랫동안 중심으로 역할을 했던 지방도시 도심이 신도시 개발과 시설 이전을 통해 변모하자 신도심의 대조적 개념으로 전국에서 구도심이라고 부르기 시작할 무렵 대전에서는 이를 원도심이라 불렀다. 비록 도심을 이루는 물리적 기능은 떠났더라도 마음으로는 보낼 수 없었던 듯 원래부터 도심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바램에서 원도심이라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원도심은 대전의 본을 받아 전국적으로 과거부터의 도시 중심을 일컫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전사람 누구도 원도심이라는 용어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일이 다른 도시에서 일어났다면 작명의 원조에 관해 떠들썩했을 것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대전에서 창조적으로 만들어지는 일들에 대해 관대하고 아량으로 보듬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에서 처음으로 시작했으나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너그럽게 받아주질 못해서 대전을 떠나 타향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대전의 도시정체성과 대표적 자랑거리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시점에서 문화의 용광로 구실을 대전이 담당 해야 한다. 끊임없이 목마른 이윤추구와 표준화에 매몰되던 개발시대와 단절하고 지역적 특색이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사람 중심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문화의 시대에 대전이 용광로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한다. 굳이 대전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대전에 오면 대전사람이 되고 또 대전 그 자체가 되는 그런 용광로 말이다. 문화로 행복하고 자랑스런 대전을 만들어 내자! 대전에 산다는 것, 그것은 분명 자부심을 가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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