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기록을 만들고 기록은 역사를 만든다. 이순신의 난중일기는 기록을 넘어선 대서사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우리의 기록유산의 자랑이자 봉우리다. 난중일기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1592년부터 7년에 걸쳐 일본과 전쟁중에 군중 생활을 기록한 친필일기다. 개인 일기형식의 기록이지만 전쟁 기간 중 해군의 최고 지휘관이 직접, 매일 매일의 전투 상황과 개인적 소회를 솔직하고 생동감 있게 써내려 갔다. 전투상황에 대한 상세한 기록뿐 아니다. 당시의 기후나 지형, 서민들의 삶도 기록으로 전해져 옛 자연지형과 선조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유려해 문학적 완성도도 갖추었다. 난중일기는 후대에 국가가 어려울 때마다 충무공을 소환시켜 이순신 리더십, 통합, 희생정신을 불어넣고 있다.

그 위대한 기록의 일부라고 할 수 있는 이순신 장군의 `장계(狀啓) 별책`. 장계별책은 국보급에 버금가는 전란의 중요 기록이다. 임진왜란 발발 직후인 1592년 4월 15일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재임 시부터 1594년 4월 20일까지 이순신이 선조와 세자 광해군에게 올린 전쟁 상황보고서(장계) 68편이 수록돼 있다. 무엇 보다 국보인 임진장초에도 없는 장계 12편이 담겨진 가치 높은 유물이다. 분실된 줄만 알았던 바로 그 `충무공계초`이다. 충무공 종가에서 보관해오던 이 책이 10여 년 전 사라졌고, 발견된 곳은 국립해양박물관이었다. 박물관 측이 장물업자에게 구입했다고 한다.

그러면, 누구 소유로 돌아가야 하는지가 관건이 된다. 하지만 검찰은 피해자(충무공 후손)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박물관이 선의로 취득한 것으로, 국립해양박물관에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충무공 종가와 후손은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지 못한다. 장계별책은 이순신 고택이 있는 현충사에 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현충사측도 장계별책이 1969년까지 현충사 유물관 전시품목에 나와 있었던 품목이었다는 점을 들어 현충사가 소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아직도 찾지 못한 이순신 유물이 적지 않아 이번 검찰의 결정이 논란을 사는 이유다.

박물관 측이 장계별책의 소유권을 완강히 주장하는 이유. 첫째, 격전지가 남해인데 충무공의 보물급 유물이 한점도 없다는 점(관람객에 보여줄 것이 없다). 둘째 "현충사에는 이순신 유물이 가득하지 않느냐"(현충사만 소유하라는 법 어딨나)는 것이다. 충무공 유물이 또 수난이다. 이찬선 천안아산취재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찬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