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에스키모들의 생활에는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영국에서 온 민속학자들을 에스키모 마을에서 에스키모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그들이 기침을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콜록거렸고 많은 에스키모가 모이면 기침의 합창이 벌어졌다. 기침뿐만이 아니라 가래도 많이 뱉고 있었다.

이상했다. 그들은 왜 그렇게 기침을 많이 하고 있을까. 그들에게 물어 봤더니 에스키모들은 본디가 기침을 많이 하는 민족이라는 대답이었다.

영국인들은 의사가 아니었으나 뭔가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생필품교역소 옆에 있는 캐나다인이 경영하는 병원으로 가봤다.

캐나다인 의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폐결핵이라는 말이었다.

"확실한 통계를 잡아본 것은 아니지만 에스키모마을 사람들의 5분의 1이 폐결핵에 걸려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원인은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좁은 집에서 살고 있다. 문도 창도 제대로 없고 통기가 되지 않는 집이었다. 바깥의 바람을 막기 위해 통기가 되지 않고 있는 밀실이었다. 에스키모는 그런 밀실 생활을 하면서 담배도 많이 태웠다. 성인 남녀는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그래서 폐결핵에 걸리는데 가족들이 몸을 붙여 사는 그들에게는 폐결핵의 전염도 빨리 되었다.

그러나 에스키모 자신들은 많은 사람들이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고 있었는데도 그런 현상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폐결핵에 걸리면 열이 나고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지지만 에스키모들은 그런 것을 문제 삼지 않고 그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현지에서 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캐나다인 의사는 더 심각한 얘기를 했다. 에스키모들은 자살을 많이 한다는 말이었다. 확실한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에스키모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자살을 하는 민족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는 특히 에스키모의 여인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밀폐된 방에서 앉아 일을 하고 있는 여인들은 남자들보다 병에 많이 걸렸다. 여인들은 폐결핵뿐만이 아니라 성병에도 많이 걸렸다.

에스키모들의 자살이 많은 이유는 북극의 기후도 관계가 있었고 그런 기후 속에서 사는 그들의 생활환경에도 관계가 있었다. 추위와 빈곤과 질병들이 그들의 자살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같았다.

에스키모마을에서 몇 달 동안 그들과 함께 지냈던 영국인 민속학자들은 그런 점들을 우려하면서 쓸쓸하게 마을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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