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특위·가족채용 등 국회 행태 너무 쉽게 뽑아준 '금배지' 4년간 유지 입법·행정·사법 이권거래 국민만 피해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이다. 한국 국민의 0.000006%다. 이렇게 희귀한 존재지만 희토류만큼도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300명도 많으니 대폭 줄이자는 주장도 있다. 김동길씨 같은 분이 대표적이다. 그는 국회의원수를 100명으로 줄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찬성자가 엄청 많다. 왜 그럴까?

최근의 국회풍경만 보자. 속칭, 먹을 것이 많다는 `노른자` 국회상임위와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로 다투느라고 화급한 국정현안은 건성으로 지나갔다. 어떤 당에서는 2년짜리 상임위원장 자리를 1년씩 돌아가면서 먹기로 했다.

이것도 모자라서 특별위원회를 7개나 만든다고 한다. 상임위가 16개나 있는데 말이다. 특위를 만들면 위원장은 매월 600만원씩 받을 수 있고 특위 1개 운영하는데 1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래도 꼭 필요하다면 만들 수 있겠으나 웬만한 것은 16개 상임위서 다 할 수 있는데 굳이 특위부터 만들고 보자는 것이다. 국회예산이 얼마나 남아도는지 모르지만 이렇게 펑펑 써도 되나. 전 국민과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도 이렇게 밝히는 판이니 국민도 안보고 언론도 못보는 밀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리고 국회가 무슨 가족회사인가? 아들 딸 사돈까지… 국회에 데려다 놓고 어쩌겠다는 것인가?

깨끗한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깜짝 놀랄 지지를 얻었던 정당에서도 그 새를 못참고 리베이트 사건으로 검찰수사까지 받는 일이 벌어졌다. 공직자 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에서도 국회의원은 쏙 빠져나갔다. 처벌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까지 끼워 넣고 정작 자신들은 쏙 빠져나간 것이다. 옛날에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국회는 국 끓여먹고 회쳐먹는 곳`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이 과히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도대체 그들을 믿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그들은 엄연하고 엄청난 `국민의 대표`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지만 사실은 그들이 몽땅 가져갔다. 그 `모든 권력`은 선거라는 `마법`을 통해 아차하는 순간에 300명에게 건너간다. 그 다음부터 모든 국민은 그 `모든 권력`을 행사할 기회가 없다. 4년에 딱 한번 오는데 사실은 몇 초 밖에 안 걸린다. 하얀 투표지위에 빨간 붓딱지 누르면 끝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거다. 즉 모든 권력을 가졌다는 국민이 이렇게 간단하게 그 중요한 것을 넘겨줘도 되는가, 그리고 이 어마어마한 권력을 순식간에 가져간 사람들이 벼라별 잘못을 저질러도 적어도 4년간은 그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또 모든 권력을 넘겨주는 주인들이 4년 만에 단 한번 행사하는 선택권이나마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당장 공천과정만 보더라도 이건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불공정과 부패구조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들이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어느새 정상(政商)주의로 바뀌어 유형무형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지방자치에 까지 연장되어 거기에도 거래가 판을 치고 있다. 다만 그 기술이 진화되어 국민의 눈에 보이지 않거나 설령 보인다고 하더라도 헛것을 본 것처럼 지나쳐야 한다. 중뿔나게 나섰다가는 다치기 쉽다. `모든 권력`을 가져간 자들의 위세는 대단하다. 현대판, 한국판 수퍼맨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 국민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국민이 고용한 일꾼들을 감독하고 견제할 것인가의 문제다. 행정부와 사법부는 국회가 견제할 수 있으나 국회를 견제할 곳은 없다. 그렇다고 행정이나 사법에 대한 견제도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이나 사법에는 어마어마한 이권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이권의 거래를 통해 견제력은 현저하게 약화되어 있다. 아닌 말로 입법-행정-사법이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한다면 `모든 권력`을 가진 국민은 제것 다 주고 고스란히 당할 수 밖에 없는 바보가 되는 것이다.

순천향대 대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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