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김태곤 감독 굿바이싱글

혼자인 게 당연한 세상이다. 혼자 술을 마시기도 하고, 혼자 밥을 먹는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도 유행이다. 타인의 시선을 배려한 칸막이 식당, 혼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게 1인분도 판매하는 고깃집. 하지만 그들에게도 외로움이 없을 리는 만무하다. 싱글 트랜드 `현상`에서 한걸음 더 들어가 이들의 심리를 색다른 모습으로 풀어낼 영화 `굿바이 싱글`이 관객들을 찾아간다.

영화는 싱글의 모습을 유쾌, 발랄, 코믹하게 표현하고자 `주연`(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녀는 영화 밖과 마찬가지로 영화 속에서도 가장 성공한 여배우 중 하나로 화려한 싱글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이들이 그녀를 보는 시선과는 정반대로, 주연은 어느 날 자신에게 남은 것이 협찬으로 가득 채워진 `내 것` 하나 없는 현실임을 깨닫는다. 호텔처럼 고급스러운 것들로 채워진 커다란 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 드는 그녀의 모습. 그래도 `주연`에겐 오롯이 자신만을 사랑해 줄 `내 편`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온갖 지라시와 스캔들의 주인공인 톱스타 주연은 사고를 치기로 한다. 점차 내려가는 인기와 남자친구의 공개적 배신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가 충동적으로 한 임신 발표는 전국민 스캔들로 일이 커지고 주연의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인 `평구`(마동석)와 소속사 식구들은 안절부절 못한다. 과연 그녀의 계획대로 내편이 생기는 할까.

영화는 영원히 당당할 것만 같은 싱글들의 궁극적인 고민을 끝까지 밀고 나가 도달한 곳은 예측불허의 포복절도 코미디이다. 어쩌면 뻔할 수도 있는 임신 스캔들이라는 주제가 주연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만나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영화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굿바이 싱글은 코미디 장르의 부활의 선두주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감독은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1999, 면회`의 연출과 2014년 독립영화계의 최대 화제작 `족구왕` 각본 및 제작을 맡았다. 이번 영화에서 보여줄 참신한 캐릭터와 찰진 대사, 탄탄한 전개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이 사실이다.

김태곤 감독은 첫 상업 장편 영화인 굿바이 싱글 연출에 대해 "사람을 웃긴다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도 없지만, 그 일이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영화에 진심을 담았고, 그 진심을 많은 관객이 공감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영화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출연진의 조합이 재미를 배가시킨다. 충무로에서 가장 사랑받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장르불문 다양한 작품 속 각양각색 캐릭터로 개성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마동석. 그는 그간 `이웃사람`의 악덕 사채업자 `혁모`, `군도:민란의 시대`의 힘 담당 도적 `천보`, `상의원` 속 조선의 패셔니스타 관리 `판수` 역 등 매 작품마다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천만 관객을 기록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베테랑`에서는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는 대사 하나로 역대급 카메오의 등장을 알리며 주연배우들 못지 않은 존재감을 증명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곽시양·이성민 등 주연급 조연들이 함께 연기하면서 웃음의 폭발력은 한층 더 강해진다.

다만 웃기기만 할 줄 알았던 영화가 어느 순간 마음을 무겁게 하는 장면이 찾아온다. 한참을 웃다가 갑자기 스토리의 전개가 바뀌다 보니,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복선을 통해 어느 정도 예고는 하지만 급작스런 전개가 아쉬웠다. 주연과 단지(김현수)의 관계가 2시간 안에 충분히 녹아나지 못한 또한 아쉬웠다. 극의 주인공들이 영화를 이끈다기보다는 사건에 따라서 캐릭터가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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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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