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가 국책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1995년 민선자치제 실시 이후 자치단체장들의 `치적 쌓기용`으로 활용하기에 이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자칫 지자체가 국책사업에 응모를 하지 않으면 단체장은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각 지자체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공모 사업이 있으면 앞뒤 가리지 않고 유치전에 뛰어들고 보는 실정이다.

지자체의 과열경쟁에 따른 폐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한다. 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하다 돌연 중단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공모사업이 과열경쟁으로 인한 폐해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립문학관 건립사업은 450억 원이 투입되는 소규모 국책사업인데도 언론 보도에 따르면 16개 시·도 24곳의 지자체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지자체가 우후죽순 유치전에 뛰어 들다보니 단순한 경쟁을 넘어서 지역 간 자존심 대결 양상으로 비화됐다. 각 지자체는 정치권이라는 뒷배까지 동원해 정부를 압박하기에 이르렀던 것. 결국 정부는 사전 통보 없이 일방적으로 공모절차 중단을 발표하기에 이르렀고 문학관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지자체는 황당해 하고 있다.

이에 앞서 영남 주민을 대립과 분열로 몰아넣었던 영남권 신공항 사업도 국립한국문학관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냐를 놓고 저울질 하던 정부는 제3의 길을 택했다. 정부는 2곳 모두 신공항 입지로 타당하지 않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인근 김해공항을 리모델링하겠다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정부가 공모절차를 밟고 있는 국립철도박물관 공모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철도박물관 역시 전국 11개 지자체가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충청지역에서도 대전시와 청주시 2곳이 경쟁에 뛰어들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 공모사업 역시 당초 예정보다 공모절차가 늦어지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좌불안석이다. 국립한국문학관이나 영남권 신공항의 경우처럼 공모사업 자체가 없던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철도박물관 공모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정부 모두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타 시도를 자극하지 않고, 정부는 공모사업에 보이지 않는 손을 움직이게 하는 등 과열경쟁을 부추기는 지자체는 국책사업의 응모자격을 영구 제한하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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