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은 19세기 초 독일의 뮌헨시에서 학생들에게 구호급식의 하나로 수프를 제공한 것이 시초가 돼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 등지로 확산됐다.

영국은 1944년 학교급식법을 제정했고, 미국은 잉여농산물을 학생급식에 이용하다가 1946년 연방법으로 학교급식을 의무화했다. 일본은 불교단체 지원으로 빈곤아동을 돕다가 1945년 관련법을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1981년 초 학교급식법이 공포되면서 제도화 된 뒤 점차 늘어나다 1998년 국민의정부(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전면 실시됐다. 현재 전국의 초등학교에서는 무상 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학교 급식은 편식은 막고 올바른 식사습관을 익히며, 공동 배식과 식사 과정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줄 수 있으며, 학부모들의 경제적, 시간적 부담을 덜어주는 등 장점이 많다.

문제는 급식의 질과 위생 관리다.

장래 나라의 중추가 될 학생들에 대한 충분한 영양이 강조됨에 따라 메뉴와 맛 위생 모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하지만, 많은 경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밥과 국에 머리카락, 휴지, 벌레, 플라스틱 조각이 나온 것은 예사요, 참기름병 뚜껑까지 나온다는 게 학부모들의 증언이다.

최근 대전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들이 학교급식 정상화를 위해 시위를 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4월부터 급식실 내 비위생적이고, 비 교육적인 행태에 학부모들이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해 세균이 기준치 보다 몇 배를 초과하는 세균이 검출됐지만, 시정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가 불거진 지 1년여가 지나서야 대전서부교육지원청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겠다고 나섰지만, 학교와 대전시교육청, 대전서부교육지원청에 대한 학부모들의 믿음은 금이 간 상태다. 오죽 답답했으면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 급식실 청소를 돕고, 조리실 기기를 교체하면서까지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밥을 먹도록 나섰는지, 그 마음을 헤아려 봄직하다.

운동선수와 감독 간에 신뢰가 깨지면 불신이 생긴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신뢰가 깨지면 불신이 쌓이고, 불신이 생기면 집착하게 된다. 신뢰 회복의 첫 걸음은 변명과 해명이 아닌 들어주기이다. 원세연 취재 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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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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