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아닌 꿈 찾아주는 진로교육 땀의 소중함까지 일깨우는 산교육장

"너희들은 꿈이 뭐니?" "연예인이요" "운동선수요" "쉐프요"

"왜?" "그냥 좋아 보여요" "돈을 잘 벌잖아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요즘 학교 현장에서 만나는 초등학생 가운데 열에 아홉은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아이들의 꿈이 엇비슷한 이유는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진지하게 자신의 꿈을 고민해 보고 직업과 꿈의 차이를 깨닫고 나면 아이들의 직업관은 구체적이고 놀랄 만한 변화가 생긴다. 요즘 강조되는 '진로교육'은 그래서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고, 창의적으로 계발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장래 직업과 연계되도록 하는 것이 진로교육이다. 이 같은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고교생들의 진로연계 비교과 활동을 중시하려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중학교 자유학기제와 더불어 초등학교 진로교육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이슈다. 교과 학습 발달 사항, 진로 활동 등을 바탕으로 전공적합성과 소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종'에 제대로 대비하려면 진로교육은 빠를수록 좋다.

당연히 변화의 구심점은 학교다. 천안 쌍용초등학교(교장 최근태)는 학생들의 희망 진로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지원하고, 역량을 심화하도록 하는 진로 인식 활동을 학교 현장에서 뿌리 내리고 있다. 학생들의 꿈과 끼라는 씨앗을 미래의 진로와 적성으로 키워내는 모범 사례다.

· 쌍용초, 꿈과 끼가 싹 트는 진로교육 요람

천안 쌍용초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한 주 동안 진로캠프를 운영했다. 캠프는 아이들이 충분히 자신의 꿈과 끼를 찾는 진로체험여행으로 진행됐다. 진로활동은 '창의적 체험활동'의 중심 영역이다. 쌍용초는 진로캠프주간 동안 자기이해활동, 진로정보탐색활동, 진로계획활동, 진로체험활동 등 각 단계에 맞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자기이해활동'은 학생들이 자아를 알고, 가치관을 확립하는 단계활동이다. 학생들은 진로발달검사나 직업심리검사 등을 통해 스스로의 장점과 진로적합성을 알 수 있었다. '진로탐색활동'은 커리어넷 등을 통해 미래의 직업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부모님의 직업에 대한 인터뷰나 자신의 롤 모델 찾기 등으로 구성됐다.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어렴풋하게 나마 '하고싶은 일', '직업의 세계'에 대한 개념을 얻었다. '진로계획활동'은 학업이나 직업에 대한 설계와 진로 지도 및 상담 활동 등으로 이뤄졌다. 아이들이 미래의 자기모습을 그려보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미래의 명함을 만들어 보면서 진로, 적성, 전공, 직업이라는 구체적인 경험을 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가는 진로체험'은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됐다.

최근태 교장은 "진로교육은 아이들에게 꿈과 끼를 구체화해서 전공과 직업으로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일"이라며 "요리가 취미인 학생이 진로 인식과 탐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쉐프가 되겠다는 확고한 직업관을 갖게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진로교육"이라고 말했다.

· 리셋(reset)의 시대, 꿈과 끼도 변한다

현재 초등학생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는 '변화'를 넘어 기존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는 '리셋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분석이다. 때문에 학교에서 펼쳐지는 진로교육도 변화무쌍하게 진행될 직업 세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실 진로계획의 과정은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을 시작으로 미래사회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하지만 여전히 진로교육은 어른들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진로교육에서 학생들의 흥미나 적성, 직업의 가치 등에 대한 고민 보다는 외적인 가치가 짙은 사회적 통념에 기반한다.

쌍용초는 이러한 고민에 대해 한 발 앞서 서 해법을 찾고 있다. 아이들 나름대로의 꿈과 끼를 미래사회에 맞춰 키워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다.

이인경 진로담당 교사는 "초등 과정의 진로교육은 인식의 단계인 만큼 빨리 시작하더라도 인생의 전 과정에 걸친 안목을 갖추도록 지도하는 게 중요하다"며 "직업 인식과 탐색의 과정을 거쳐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교육내용을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교 현장의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 학교로 찾아가는 진로교육 인기

이번 진로캠프에서 학생들에게 최고의 인기는 단연 '찾아가는 진로체험 드림잡(job) 스쿨'이다. 자유학기제 전문업체 '에듀비전'과 함께 한 '진로 체험교육'은 쌍용초 6학년 6개 반이 참여했다. 각 교실을 뮤지컬 무대, 경찰서, 레스토랑, 병원, 법원 등으로 꾸며 학생들이 뮤지컬배우, 경찰관, 요리사, 승무원,의사, 법조인의 역할을 체험했다. 그 중에서도 '뮤지컬'은 특히 인기를 끌었다. 반짝이는 무대의상을 입고 마음껏 끼를 펼쳐 보인 어린 학생들은 "화려해 보이는 겉모습 뒤에 숨어 있는 구슬땀을 직접 뮤지컬을 해 보면서 실감했다"며 "하나의 뮤지컬 작품을 위해 배우 못지 않게 무대 뒤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스태프들의 헌신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CSI과학수사대도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탐문수사를 통해 용의자의 몽타주를 만들고, 현장 감식 과정에서 지문을 채취하면서 범인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남학생들 사이에 큰 호응을 얻었다. 마침내 범인을 찾아내고, 수갑을 채워보면서 학생들은 이구동성 '경찰의 재발견'을 외쳤다.

문시우 학생은 "평소 장래희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았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경찰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며 "마치 내가 과학수사대가 된 것처럼 집중했고, 사회 정의 실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 밖에 모의 법정과 병원 의료 체험 등도 인기 코스다. 반이현 학생은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던 직업들이지만 직접 체험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직접 해 보면서 꿈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선 것 같다"고 말했고, 변미주 학생은 "진로체험을 통해 어떤 꿈이라도 수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된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진로체험이 땀의 소중함까지 일깨운 인성교육의 장이 된 셈이다. 김훈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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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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