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해소 국민통합이 이 시대 애국… 상생 가치 실천해야"

박경귀 국민통합 기획단장(가운데)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통합위원회 제공
박경귀 국민통합 기획단장(가운데)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국민대통합위원회 제공
시대적 소명이지만 제 아무리 정성을 쏟아 부어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국가적 의제가 있다. 바로 국민통합이다. 우리 사회는 망국병인 지역과 이념 이외에도 세대와 계층, 빈부로 까지 대립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또 다른 갈등이 분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공존과 협력, 소통의 가치를 구현하자는 취지로 대통령 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 국민통합기획단장은 그 길에 대해 `구들장이 온돌을 덥혀 가듯`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지난한 작업이지만 슬기롭고 끈기 있게 추진한다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말로 들렸다. 박 기획단장은 "국민통합은 여러 주체가 함께 할 때 효과를 낼 수 있다"며 갈등 치유와 해소에 있어 충청인의 역할을 강조했다.

◇대담=송신용 서울지사장

-국민대통합위 기획단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돼 가는데, 소감과 성과는.

"국민통합은 어느 한 두 가지 정책으로 가시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런데 국민통합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 늘 고민하고 있다. 국민통합은 시대적 소명이다. 따라서 여러 주체가 함께 할 때 실효적이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지방자치단체, 중앙행정기관들이 각 기능과 역할의 범위 내에서 국민통합 과제를 발굴하고 협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대토론회를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경청해왔고, 사회 갈등을 진단하고 이해 당사자들에게 합리적인 해법을 조언하는 역할도 했다. 특히 나부터 작은 실천을 통해 세상을 바꾸고 사회갈등을 해소하자는 `작은 실천 큰 보람 운동`을 전개해 왔다. 대한민국 바로 알기를 비롯 사회지도층 솔선하기, 안전·질서 세우기, 존중과 배려하기, 나눔과 봉사 실천하기 등 7대 실천 덕목을 선정 추진하고 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쌓이면 구들장이 온돌을 덥혀 가듯 서서히 성과가 나오리라 믿는다."

-우리 사회는 지역과 이념, 세대, 계층, 빈부 같은 갈등요인이 너무 많다. 위원회 차원에서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갈등요인이 많고 그 수준도 높은 게 사실이다. 압축 성장 과정에서 풀고 왔어야 할 갈등이 오랜 시간 누적되었다가 요즘 한꺼번에 분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로 소득 격차와 일자리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빠르게 변하고 저성장이 고착되는 게 문제다. 지역갈등과 이념갈등은 정치권이 부추기는 경우가 많다. 계층과 세대의 화합과 상생을 위해서 우선 선별적 복지에 기초한 복지개혁 및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 다양한 갈등에 대처하기 위해 `화합과 상생 포럼`을 만들어 각계 전문가가 여러 사회갈등을 진단하고 정책대안을 찾아가고 있다."

-공존과 협력, 소통의 통합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을 들려달라.

"우리 사회가 빠르게 근대화 되면서 배려와 겸양의 전통적 가치가 퇴조하고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사회가 됐다. 국민통합을 위해 공존과 소통이 절실하다. 우선 78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국민통합 시민사회협의회`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갖고 국민통합 시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또 7대 종단 지도자 간담회와 협의체를 통해 종교계와 소통하며 사회갈등 치유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10곳의 지자체와 지역간담회를 열어 지역사회의 현안과 국민여론을 청취하고 정부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올해 세대 간 소통 증진을 위한 특색사업으로 `내가 쓰는 아빠 엄마 이야기` 공모전을 추진한다. 자녀와 부모가 세대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또 가정에서 사회로 확산되면 세대갈등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국민적 통합가치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도 급한데 이에 대한 견해는.

"중요한 지적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사회 각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통합가치포럼`을 운영하면서 국민통합의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는 `가족과 소통의 가치`를 주제로 가족 및 사회구성원간의 공유가치에 대해 논의했다. 하반기에는 사회적 규범이 되는 통합가치를 발굴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도출된 통합가치의 담론은 언론을 매개로 국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또한 많은 국민이 직접 토론에 참여하는 `국민대토론회`를 통해서도 국민이 공유할 통합가치를 도출하고 있다. 2014년에는 국민대통합을 위한 `미래가치`, 2015년에는 `공공의식`을 주제로 네 차례 진행했다. 지난해 11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종합토론회를 한 바 있다. 올해는 `세대상생`을 주제로 통합가치와 실천 대안들을 모색할 예정이다."

-신공항 사태에서 보듯 사회갈등을 예방하고 조정 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국민대통합위가 자문기구이다 보니 갈등현안 조정을 위한 직접적인 집행 권한은 없다. 다만, 우리 위원회는 갈등관리와 조정의 전문가 풀을 확보하고 있다. 갈등 당사자들의 요구가 있을 때 추천해드리고, 이분들이 갈등을 완화하고 해소하는 데 필요한 조언을 하도록 하고 있다. 또 갈등해결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전파해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사실 신공항과 같은 정부의 국책사업들은 전문가의 과학적 분석과 대안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치권이 과도하게 개입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이 협력하지 않으면 사회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대통합위는 사회갈등 해소와 국민통합을 위한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생활 속 작은 영웅`이 관심인데 충청권 인물 중 소개할 만한 일화가 있나.

"`생활 속 작은 영웅`은 이웃과의 나눔, 배려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미덕을 수행한 분들을 발굴하는 사업이다. 국민들의 호응이 높아 올해는 100여 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해 충청권에서 두 명의 `작은 영웅`이 선정됐다. 노래 봉사활동으로 모금한 돈으로 2012년부터 소년소녀가장에 매월 50만 원씩 기부하고, 근육병 어린이 환자에게도 지속적으로 기부하고 있는 대전 서구의 황철균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위한 멘토-멘티 활동과 연탄배달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해온 대전 봉명중학교 양태빈 학생이 있다. 앞으로도 충청권에서 자랑스러운 작은 영웅들이 많이 나오길 소망한다."

-통합을 위해 충청인들의 역할이 큰데 당부의 말이 있다면.

"충청지방은 예로부터 충절의 고장이다. 국난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난 조헌 장군 같은 의병이 많았고, 일제의 압제에서 자주 독립을 외친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와 같은 의로운 분들의 활약도 많았다. 선조들의 충절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그런데 시대가 많이 변했다. 대한민국은 세계 역사에 유래가 없는 고속 성장을 했다가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갖가지 갈등을 겪고 있다. 이제 애국의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갈등을 치유하고 해소해 국민통합에 일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의 길이 아닐까. 나와 지역 이익만 살피기보다 나보다 더 어려운 처지의 사람과 지역, 집단을 배려하는 공존과 상생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저는 충청인들이 바로 그 주역이 되어 주시리라 믿는다."

◇박경귀 기획단장은

충남 아산 출신의 박경귀 국민통합기획단장은 원만한 성품과 폭 넓은 활동을 바탕으로 다진 인적 네트워크와 풍부한 정책 식견을 토대 삼아 국민통합 업무를 매끄럽게 추진해왔다는 평이다.

인하대에서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2002년부터 13년 동안 한국정책평가연구원장으로 재직했다.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의 전략 수립과 정책 개발에서부터 성과관리와 평가 업무까지 두루 수행해왔다. 국무총리실 정부업무평가 전문위원과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경영평가단장 같은 이력에서 보듯 정책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리스 문명과 이순신 리더십을 주제로 사법연수원과 금융연수원 등에서 인문학 특강을 해온 유명 강사이기도 하다.

특히 2012년부터 `행복한 고전읽기` 이사장으로 봉사하며 고전을 가까이 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왔다. 책벌레였던 소년 경귀는 아산 음봉중 재학 중 당시 문교부가 주최하는 논술대회에 충남대표로 참가하면서 고전에 본격적으로 천착한다. 오늘날의 인문학 운동은 그 때 얻은 가치를 사회에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동서양 고전을 특강하고 토론하는 `해피 클래식 고전 아카데미`를 31차례 개최했고, 2014년부터 격월로 공개 강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6년 동안 유럽여행 12차례, 그리스 문명답사 여행을 8차례 다녀왔다. `감추고 싶은 중국의 비밀`과 `11인 지성들의 대한민국 진단` 등 저서가 있고, `인문의 향연, 그리스` 출간을 앞두고 있다. 박 단장은 "국민통합은 정부의 정책만으로 달성되기 어렵다"며 "다원화된 사회에서 빚어지는 갈등의 심층을 들여다보면 개개인의 과다한 욕망에서 비롯된 측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기가 속한 집단과 지역의 행복과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보면 상생하고 공존해야 할 공동체의 가치와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회갈등은 개개인의 내면의 욕망에서부터 시작된다. 동양고전에서 절제와 효의 덕목을 배우고, 서양고전에서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시민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사회갈등 완화를 위해선 가정에서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남의 탓, 사회 탓, 국가 탓을 하기보다 자기 책임과 독립심, 절제와 관용, 배려의 가치를 가르쳐야 한다"며 "여기에 고전읽기가 큰 도움이 된다. 국민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통합의 수준을 높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 4년 동안 고전 강좌를 열고 국민들에게 고전의 지혜를 전파하는 일을 해온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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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귀 국민대통합위 국민통합기획단장이 국가적 의제 `국민통합` 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박경귀 국민대통합위 국민통합기획단장이 국가적 의제 `국민통합` 에 대해 말하고 있다. 빈운용 기자

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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