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러나 그렇게 에스키모들을 성윤리 관념이 없는 타락된 민족이라고 비난할 수 만도 없었다. 에스키모들은 나름대로의 변명이 있었다.

에스키모의 사회에는 본디 성행위란 남녀가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남녀간의 성행위에 지나친 규제가 있으면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에스키모들도 결혼제도가 있고 그 제도에 따라 결혼을 한 부부는 서로가 정조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그러나 그 의무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부부간의 상의에 의해 부부간의 의무가 배제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처를 교환하거나 처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행위도 가능하며 깜깜한 어둠 속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상대를 가리지 않는 난행을 하는 것도 용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에스키모들이 그런 주장을 하게 된 특수한 배경도 있었다. 1년 동안 반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는 어둠의 나라가 되고 그 반대로 그 반은 태양이 떨어지지 않는 백야가 되는 특수한 북극의 기후도 거기에 관련되어 있었다.

그런 특유한 기후는 사람들의 생활을 아주 단조롭게 만들었다. 아무 것도 할 일이 없고 재미가 없는 단조로운 생활이었다. 그 점은 에스키모의 마을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생활을 하는 영국인 민속학자들도 동감이었고 에스키모 마을에서 생활을 하는 다른 문명국사람들도 역시 동감이었다.

그런 단조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평범한 것이 아닌 자극적이고 재미나는 행위가 필요했다. 부부교환도 처 대여도 상대를 가리지 않는 난행파티도 그런 의미에서 일어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그날 밤 총장 집에서 개최하기로 된 어둠 속의 난행파티에 영국에서 온 두 민속학자들도 참가하기로 했다. 윤리적으로 저항을 느꼈지만 에스키모들의 숨김 없는 생활을 조사하기 위해 그곳에 온 그들이었기에 모르는 것을 경험해야 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시간이 되어 유숙하고 있는 집의 부부와 함께 촌장 집에 갔다. 촌장 집에는 꽤 큰 방이 있었다. 서른 명쯤이 춤을 출 수 있는 넓은 방이었는데 그 방은 모든 문과 창에 검은 커튼이 가려져 있어 아주 깜깜했다.

그런데 그 방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특히 하루 종일 같은 장소에서 짐승껍질을 무두질하고 있는 여인들의 표정이 달랐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시무룩한 얼굴에 엷은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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