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최광진 지음·미술문화·256쪽·1만8000원

두 번의 이혼과 아버지·여동생의 죽음, 집안의 몰락으로 처절한 가난을 감내했던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천 화백의 그림과 삶에 대해 쓴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미술문화)이 발간됐다.

저자 최광진씨는 미술평론가로 1995년 호암미술관 큐레이터 신분으로 `천경자 전`을 기획한 인연으로 천경자 연구에 매달려온 국내 대표적인 `천경자 전문가`이다. 이 책은 불행한 시대 속에서 역경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친 화가 천경자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루고 있다.

천 화백은 살아 생전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그녀의 인기는 오직 국내에만 한정돼 있었다. 저자는 삶의 역경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예술세계가 알려진다면,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 이상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천경자의 인생노정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슬픔과 한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 또 천경자 특유의 작품세계가 샤갈이나, 고갱, 루소, 프리다 칼로 같은 예술가들과 어떤 면에서 유사하고 차이 나는지를 미학적으로 다뤘다.

위작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미인도와 관련해 책 끝에 따로 60여 페이지 분량의 `부록`을 수록해 `미학적 감정`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미인도 사건은 20세기 한국 미술계의 최대 스캔들로 기억된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1991년부터 25년이 지났지만, 미인도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저자는 실증적 자료를 통해 미인도의 왜곡된 소문과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미학적 분석을 통해 미인도의 진실에 다가서고 있다. 또 권위적 주장을 삼가하고, 학술적 논의를 통해 천경자 예술세계를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