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인터넷 마이클 린치 지음·이충호 옮김 사회평론·304쪽·1만 5000원

인터넷의 홍수다. 눈을 뜬 직후부터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다. 필요한 정보를 찾기도 하고 본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정보를 접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더 나아가 정보를 생산하기도 한다. 정보의 전문성이란 문턱이 낮아졌으며, 그것을 알면서도 흡수한다. 이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통상 우리는 `지식`이라 본다.

과거는 보는 것이 곧 믿는 시대였다.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TV, 라디오, 신문, 잡지에 그쳤을 때이다. 그러나 지금은 각종 포털사이트를 통해 정보의 습득이 자유로워졌다.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클릭 한 번이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WWW)의 등장과 함께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20년이 더 지난 지금은 시대의 가속화가 더욱 빨라졌다. 일상 속으로 스며든 인터넷은 사회의 모습조차 바꾸기 이르렀다. 집단적인 지식이 생겨났고 가치관이 생겨났다. 곧 논리의 대립으로, 대상의 사실이 진실인지 설전을 벌인다. 인터넷이 20년만에 인간의 사고과정이나 체계를 뒤바꾼 것이다.

책 `인간 인터넷`의 저자 마이클 린치 교수는 갈래에서 앞으로의 시대를 사물인터넷의 시대를 넘어선, 인간 인터넷의 시대로 정의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구성된 지식은 과연 완전한 이해라고 할 수 있는지, 사고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질문한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려 디지털이 우리의 `삶의 양식`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우선 수동적인 정보 습득에 그 이유가 담겨 있다. 지식이란 정당한 근거와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 지칭하면서 `지식의 최소 정의`라 못박는다. 클릭만으로 얻는 정보를 과연 지식이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정보를 쉽게 얻어낼 수 있는 편의성을 얻은 대신 의존을 택한 것이다. 더불어 수동적인 태도를 얻게 됐다.

저자는 이런 상황으로 말미암아 사회가 자칫 `집단극화현상`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수많은 정보가 생산되는 현 시대에 합리적인 판단력을 잃게 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정보만 취하다 보니,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고 종합하기 보다 자신의 의견만을 공고히 하는데 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사례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경우 극단적 대립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의 편의성은 정보의 착취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정보의 수집은 일련의 자료로, 그 자료를 갖고 있는 자는 권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인터넷 이용의 자율성이 `조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때문에 저자는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곧 자신의 자율성과 인간성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그 것에 대한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피력한다.

문학평론가 레온 위셀티는 "모든 기술은 완전히 이해되기 전에 사용된다"라고 말한다. 현재의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삶 속 깊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디지털사회가 가져올 변화와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대해선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러 디지털시대의 화려함과 편리함에 도취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감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 무감각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책은 디지털시대의 기술에 압도되지 않고 인간으로서 살아가며 놓쳐서는 안될 철학적, 현실적 문제를 환기시킨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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