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군

정림사지 5층 석탑  사진=부여군 제공
정림사지 5층 석탑 사진=부여군 제공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쓸어 내려주는 소나기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내재되어 있는 모든 감성을 깨울 오감만족 여행지 부여. 부여는 남북을 S자 형태로 관통하고 있는 비단 같은 금강이 펼쳐진 역사의 땅으로, 발길 닿는 곳 마다 전설이 숨어 있고, 백제의 역사와 왕실의 이야기가 배어 있는 역사와 문화,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진 조화로운 곳이다. 이 중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유적지구와 명품축제로 거듭나고 있는 서동연꽃축제는 부여여행의 진수라 하겠다.

◇백제인 찬란한 역사·문화가 살아있는 부여의 세계유산

부여 세계유산의 첫걸음은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으로 시작된다. 관북리 유적은 백제시대 왕궁 또는 관련시설이 자리하고 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유적내에는 사비로 천도하기 이전에 우선 설치한 공방, 창고 등 왕궁의 부속시설 터와 왕궁확장을 위한 도로, 배수로 등의 시설, 건물 연못 등의 조경시설 등이 계획에 맞춰 배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관북리 유적지의 북쪽에는 백제사비시대 왕궁의 배후산성으로 평상시에는 왕궁의 후원역할을 하다가 위급할 때에는 왕궁의 방어시설로 이용되었던 부소산성이 위치한다.

백마강이 에두르고 있는 부소산성은 백제인들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나고 애잔함을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백제 여인들이 꽃잎처럼 떨어져 주검으로 절개를 바꾼 낙화암, 백제 영욕의 세월을 함께 한 천년 고찰 고란사,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는 고란사 약수,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며 국정을 논했던 영일루, 백마강에 잠기는 달과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며 하루를 되돌아보던 사자루, 백제 삼충신의 숭고한 넋을 기리는 사당 삼충사 등 수 많은 유적이 있다. 산책하듯 편안하게 거닐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수많은 관광객이 사계절 찾는 부소산성을 내려와 부여시내로 조금 거닐면 백제의 정신과 미학을 잘 나타낸 정림사지 5층석탑(국보9호)이 보인다.

지금은 절터만 남아있지만 정림사는 사비도성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당시 매우 주요한 사찰이었으며 중국을 통해 들어온 불교문화가 백제불교문화로 완성되는 중요한 증거이기도 하다. 거기에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시대 유적 5층석탑은 건축기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목탑양식의 석탑으로 단아한 정제미와 우아한 조형미, 고도의 균형미를 지닌 채 단순하고 강렬하게 아름다움을 최대한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래에서 위로 치켜보면 웅장함이 느껴지고 멀리에서 보면 주변과 잘 조화롭게 서있는 것이 백제의 진취성과 창의성, 평온, 온순함을 대변해 주는 듯 하다.

백제석탑의 완성작 정림사지 5층석탑과 백제사찰건축의 원형 정림사지는 단순 종교물이 아니라 왕권강화로 인한 정치적 상징물이자 백제중흥을 꿈꾼 백제인의 염원이 담겨있는 곳이다. 정림사지 5층석탑에서 완성된 백제의 석탑조영기술은 그후 통일신라와 고려에 이어 일본에 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 1400년 동안 한번도 움직이지 않고 묵묵히 부여를 지켜온 정림사지 5층석탑에 저녁노을이 걸린 풍경은 더할 나위 없는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정림사지를 나와 논산 방향으로 차로 5분 이동하면 백제금동대향로와 창왕명석조사리감이 발견된 능산리 고분군과 나성을 만날 수 있다.

백제사비시대 왕릉인 능산리 고분군은 사비도성 바로 밖에 위치하고, 모두 7기로 이루어져 있다. 동아시아 석실분의 완성을 보여주는 이곳은 천장의 모습에 따라 볼트형 천장에서 평천장의 단면 육각형, 사각형 순으로 발전한 백제고분의 변화를 알 수 있고 백제가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이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증거를 보여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창건되었다는 능산리 사지에서 백제의 공예수준을 말해주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287호)와 절이 세워진 연대를 알 수 있는 창왕명석조사리감(국보288호)이 출토되었다는 사실이다.

14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나 백제문화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는 백제금동대향로는 백제의 예술, 사상, 문화의 세계를 탁월한 감각으로 표현한 최고의 걸작으로 불교, 유교, 도교를 조화롭게 나타내 백제인이 꿈꾸어 온 이상세계를 그리고 있으며 동아시아 중심에 백제가 있었다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다. 능산리사지 옆 그 전모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동아시아 도성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인 가치를 지고 있는 나성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계획도시 건설의 시작인 나성은 서쪽과 남쪽으로는 금강을 천연의 장벽으로 활용하고 북쪽과 동쪽은 띠처럼 이어진 구릉을 따라 성곽을 축조하는 등 자연지형을 최대한 활용했다. 나성은 방어의 기능을 가질 뿐만아니라 수도의 안과 밖을 구분하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울러 백제가 산자의 공간과 죽은 자의 공간을 구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왕도를 둘러싼 외곽성, 우리나라 역사상 왕도 전체를 외곽성으로 두른 최초사례이며 동아시아 도성의 여러 요소들을 완벽하게 구비한 나성은 사비도성을 위한 백제인의 원대한 꿈과 염원이 담겨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最古 인공연못 궁남지와 `부여서동연꽃축제`

우리나라 최고의 인공정원인 궁남지는 일본 정원의 원조가 되는 곳으로, 38만여㎡의 면적에 대하연(오오가하스), 가시연, 홍련, 백련, 황금련, 수련 등 50여 종의 연이 해마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 사진 애호가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연꽃사이로 조성된 8㎞의 산책로를 통해 다양한 연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연꽃의 은은한 향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수생식물과 각종 곤충, 왜가리, 물닭을 만날 수 있고 원추리꽃, 미니해바라기 등 각종 야생화 등도 관람할 수 있다.

7월에는 천만송이 연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리는데 2016년도 문화관광부 우수축제로 선정될 만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 꽃 축제이다. 올해 부여서동연꽃축제는 7월 8일부터 7월 17일까지 `연꽃愛 빛과 향을 품다`라는 주제로 부여 궁남지 일원에서 화려하게 막을 올린다. 궁남지 포룡정을 배경으로 수상무대를 만들어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매력적인 공연을 펼치고, 각종 체험·전시프로그램을 준비해 많은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아침이면 이슬과 함께 깨어나는 천만송이 연꽃의 청초함, 저녁이면 노을에 비쳐 황홀해진 연꽃의 우아함을 만끽할 수 있다. 분위기 있는 조명으로 꾸며질 궁남지의 밤은 특색 있는 10개의 거리가 조성되어 백제의 빛을, 서동·선화공주의 사랑의 빛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19금존과 순결존은 사랑을 이어주고 지켜주는 데이트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한남수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관북리유적·부소산성
관북리유적·부소산성
1400년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아담하면서도 옛 백제왕도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궁남지 포룡정
1400년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하고 아담하면서도 옛 백제왕도의 기품을 느낄 수 있는 궁남지 포룡정

한남수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