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그런데 주부가 방한복을 만드는 달인이고 늘 주부의 자리에 앉아 방한복만을 만들고 있는 에스키모의 가정 사정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영국에서 온 민속학자 두 사람은 그걸 살펴봤다. 두 사람이 기숙하고 있는 집에는 계집아이들이 둘 있었다. 다섯 살 되는 언니와 세 살 되는 동생이었는데 그들에게는 아침 저녁 같은 식사시간이 없었다. 배가 고프면 먹고 부르면 배설했다. 식사는 마련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주부는 언제나 주부의 자리에서 짐승껍질을 다루고 있었다.

하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에스키모의 집안은 푸주간처럼 여러 짐승의 고기들이 주렁주렁 걸려있었기 때문에 가족은 누구든 그걸 잘라먹으면 된다. 생식을 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따로 요리를 할 필요가 없었고 누구나 갖고 다니는 식칼로 주렁주렁 걸려 있는 고기들을 마음대로 잘라먹으면 된다.

그 계집아이들도 그랬다. 그들도 허리띠에 식칼을 하고 있었다. 칼날이 20cm쯤 되는 시퍼런 칼이었는데 세 살 된 계집아이도 아침에 일어나 눈을 부비면서 안방에 걸려 있는 바다표범의 허벅지를 잘라냈다. 에스키모 집의 바깥쪽에 걸려 있는 고기들은 아직 해동이 완전히 되지 않아 딱딱했으나 안쪽에 걸려 있는 고기들은 이미 잡은 지 4~5일이 지나 충분히 발효가 되어 반쯤 썩어 있었는데 아이들은 그런 연한 고기를 좋아했다.

세 살짜리 아이는 바다표범의 허벅지를 왼속에 쥐고 그 끝을 입으로 꽉 물었다. 그리고 오른 손에 쥐고있는 시퍼런 칼로 고리를 조금씩 잘라먹었다. 입술이나 혀가 잘려질까 아슬아슬했으나 짐승껍질의 무두질을 하고 있던 어머니는 곁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다섯 살 짜리 언니는 도끼로 굵은 뼈를 부셔 안에 든 골수를 발라내 먹고 있었다.

주부의 남편은 도끼로 바다표범의 두개골을 부셔 놓고 영국인 학자들을 초청했다. 그게 아침상인 셈인데 아침인데도 위스키 병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술을 좋아해 고기를 먹을 때는 으레 술을 마셨다.

그래서 그들에게 생활필수품들을 공급하고있는 캐나다정부가 운영하는 물품 교역서에서는 그들에게는 술을 배급제로 하여 일정한 양만을 판매했는데 에스키모들은 늘 그 양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있었다.

그때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더니 이웃집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이미 술에 취해 있었는데 그래도 술이 모자라는 듯 이쪽 집 주인이 차려 놓은 밥상 앞에 앉아 마음대로 술을 마시고 바다표범의 뇌를 먹고 있었다. 에스키모는 내 것 네 것의 구별이 없었고 특히 먹는 것에도 그랬다. 배가 고파 먹는데 무슨 내 것 네 것이 있느냐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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