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대로 한 사기행각 미국에서도 가능했을까 이제라도 본때 보여줘야

자동차 배출가스를 조작한 폴크스바겐의 행태가 가관이다. 검찰의 조사가 진행될수록 각종 불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디젤차량 뿐만 아니라 휘발유 차량까지 배출가스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한다. 배출가스 인증시험 탈락 차량을 불법 개조해 판매한 것이다. 연비에 이어 배출가스 조작까지 마치 한 편의 사기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연비 시험성적서를 포함해 폴크스바겐이 정부에 제출한 서류 중 검찰이 조작으로 확인한 것만 현재까지 139건이나 된다.

폴크스바겐의 경유차 연비 조작은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처음 들통이 났다. 미국소비자들은 뿔이 단단히 났다. 폴크스바겐그룹 디젤차의 미국 시장점유율이 70%대에서 1%로 다이빙을 했다. 소비자를 속인것에 대한 일종의 보복이다. 미국정부도 즉각적인 조사와 천문학적인 벌금 부과를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자 폴크스바겐 최고경영자가 문제차량은 모두 되사들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까지 날아가 소비자들에게 사과까지 했다. 다양한 금전적인 보상방안도 제시했다.

국내서도 배출가스를 조작한 폴크스바겐의 경유차가 무려 12만 5000대나 팔렸다고 한다. 미국과 같은 불법사례가 국내조사에서도 속속 드러났지만 폴크스바겐의 대응은 극과 극이다. 환경부의 리콜 요구에 달랑 두 줄짜리 계획서를 제출해 3차례나 반려됐다. 리콜조치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허술한 법령 탓이긴 하지만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마저도 우습게 보는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다. 미국과 시장규모가 다르다고는 해도 납득할 만한 일이 아님에 분명하다.

폴크스바겐의 이중적인 태도엔 소비자들의 성향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불매운동을 통해 즉각적인 보복을 한 미국소비자와 한국소비자 사이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연비 스캔들이후 디젤차량 판매가 처음엔 한국에서도 주춤했었다. 하지만 파격적인 할인과 무이자 분할상환 등을 내세우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조작 이전보다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났다. 굳이 사과를 하고 보상조건을 내걸고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폴크스바겐의 입장에선 한국 정부의 리콜명령이나 얼마 안 되는 과징금 조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는 일이다.

불매운동을 벌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구매경쟁을 벌인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소비자만 탓하기엔 그동안 당국이 잘한 것도 없어 보인다. 경유차 활성화 정책을 펼친 것은 정부다. 그렇다면 당연히 배출가스 대책도 세웠어야 마땅하다. 철저한 인증시험과 조작여부를 가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졌다면 검찰이 밝혀낸 130건이 넘는 각종 시험성적서 조작이 가능했겠는가. 그렇다면 폴크스바겐이 왜 정부와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는 걸까. 여기서 문제의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정부의 허술한 규제기준이나 뒷짐 진 관리감독이 첫 번째다. 조작을 알면서도 경쟁구매를 한 자동차 소비자들이 그 다음일 것이다.

검찰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이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본사의 지시를 받고 연비·배출가스 등 각종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혐의다. 여기에 환경부가 부과한 141억원과는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도 폴크스바겐에 최대 800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조작행위에 대한 당국의 징계가 시작된 것이다. 정부와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는 글로벌 기업에 대해선 의당히 강력한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국내소비자들도 폴크스바겐에 대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조작이 드러난 휘발유차량은 소송과 함께 고소를 추진하고 있다. 독일 본사의 지시를 받아 판매한 차량에 대해선 전면교체를 요구키로 했다. 구매자들을 모아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이자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폴크스바겐의 대처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소비자와 무관하지만은 않다고 본다. 지금이야말로 정부는 정부대로, 소비소자는 소비자대로 나서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미국정부, 미국소비자와 비교해 차별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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