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료·정치인·기업인 사회적 신뢰 법의 공정한 기준 제시로 투명성 확보 사람이 아닌 시스템적 의사 결정 중요

사회과학을 연구함에 있어 보편적으로 전제되는 것이 인간에 대한 가정이다. 인간을 선하게나 악하게 보기도 하며, 도덕적이거나 이익추구적 존재로 보기도 한다. 인간에 대한 가정을 전제하는 이유는 인간을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사회를 이해하고 제도화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이해하려는 입장은 사회과학의 주된 흐름 중의 하나이다. 합리성에도 다양한 유형이 있지만, 경제적 합리성은 인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되어 왔다. 쉽게 말하면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개인이 여럿 모여 의사결정할 때에도 손해 보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정부 관료, 정치인, 기업, 시민들 간의 관계에서도 이익추구적 성향이 나타난다.

시민들은 자신들의 이념이나 요구에 부합하는 정치인을 선출한다. 정치인들은 그러한 시민들의 표가 필요하다.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요구에 맞는 공약을 하게 되고, 공약 실현을 위해 한정된 재원을 자신의 지역구에 배분한다. 모든 정치인들의 이익극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부족한데, 부족한 재원은 남에게 돈을 빌려 배분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나중에 갚아야 한다는 생각은 뒷전이다. 일단 빌려 쓰면 된다. 빌려 쓴 만큼 갚아야 하는데, 그 돈은 시민 자신이 낸 세금이다.

시민들은 정부 관료에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한다. 이거 해 달라, 저거 해 달라. 정부 관료도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자신의 이익과 합치된다. 일이 많이 생기면, 예산도 증가하고, 일 자리도 많아지고, 자리가 많아지면 승진의 폭도 넓어진다. 정부 관료들은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킨다는 명분에 따라 예산을 증액 편성한다. 감액하는 것은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부서에 전혀 이롭지 않다. 매년 예산은 증액되지 감소되지 않는다. 배분된 예산은 써야 하며, 남는 예산은 반환하면 안 된다. 다음 연도에 그만큼 감액되기 때문이다. 증액된 예산은 시민의 세금이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한 편이다. 정치인들의 지역에 배분되는 예산을 증액해 주고, 정부 관료의 예산도 증액한다. 공항, 항만, 철도 등과 같이 지역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예산 배분에 대해서는 모두 혈안이 된다. 기존 시설의 통폐합은 거론해서는 안 된다. 오직 새로운 시설의 건설만이 필요할 뿐이다. 새로운 시설의 건설에 소요되는 돈은 시민의 세금이다.

기업은 본래 이윤추구가 목표이다. 자신들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에게 온갖 로비를 행한다.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허가권 등에서 편의를 베푼다. 이윤이 중요하지, 세월호 및 가습기 사건처럼 소비자들의 안전은 뒷전이다. 특히 전직 판·검사, 경찰, 국세청 등 고위 공무원들은 기업의 안전(?)을 위한 보호막이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채용한다. 그만큼의 비용은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으로 부담해야 한다.

옛날 설화에 호랑이와 곶감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엄마가 우는 아이에게 호랑이 왔으니 울지 마라 하는데도 계속 울자 곶감 줄 테니 울지 마라 하니까 울음을 그쳤고, 옆에서 이를 듣고 있던 호랑이는 곶감이라는 놈이 자기보다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알고 도망쳤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 곶감꼬치의 곶감 빼 먹듯 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 수도 있다. 당장 먹기 좋고 편한 것은 그때 잠시뿐이지 정작 좋고 이로운 것은 못 된다.

정부 관료, 정치인, 기업들이 시민을 어리석은 호랑이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의 공정한 심판이 필요하다. 포청천 같은 엄격한 법 집행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전제조건이다. 아울러 사회적 의사결정을 도모함에 있어 명확한 기준을 사전에 설정하고, 사람이 아닌 시스템적 의사결정을 도모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지속적인 사회교육이 필요한 것은 불문가지이다.

원구환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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