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필기시험 경쟁률 '대전 32대1' 전국 최고

"대전에는 직종이 다양하지 않고, 많은 인력을 채용하지도 않아 대학을 졸업하고도 지역에서 일자리 얻기가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그래서 저를 포함한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3년째 공무원을 준비하는 김모(30)씨의 이야기다. 김 씨는 졸업 후 지역에서 인턴 생활을 하다가 불확실한 미래,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마음 먹고 시험준비에 매달렸다. 지난 18일 치러진 지방공무원 9급 임용 필기시험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대전에서 인문계 학과를 졸업하고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김 씨는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는 전공과 맞지 않고 입사신청서를 제출하는 요건조차 맞지 않는다. 뽑더라도 소수에 불과해 황소가 바늘 구멍 통과하기"라며 "많은 선후배들이 이미 대전을 떠나 서울에서 로 취업을 하고 있다. 직업을 찾아 서울로 가고 싶지만 여건상 대전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퇴직을 앞둔 부모님, 먼저 취직한 동생 등으로 공무원 준비생인 김 씨의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크다. 김 씨는 자신을 3포(연애·결혼·출산) 세대와 5포(3포+인간관계·내집) 세대를 넘어선 N포 세대라고 한다.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씨는 "졸업을 하고 직장을 구하지 못해 부모님에게 가장 죄송하다. 올해 말이면 퇴직하시는 아버지의 근심이 크신 것 같다"며 "한살 터울 동생은 올해 초 대전의 한 기업에 입사해 부모님에게 용돈도 드리고 하는데 형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공시생들이 몰리면서 2016년 제3회 지방공무원 9급 임용 필기시험에서 대전은 평균경쟁률 32대 1로 전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번 시험의 전국 평균경쟁률이 18.7대 1로 대전은 전국 경쟁률보다 1.7배 높은 수준이다. 지역별 경쟁률은 대전 32.3대 1, 광주 30.6대 1, 인천 28.1대 1, 대구 27.4대 1 순이다.

지역별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높은 4곳 중 3곳은 15세에서 64세까지 생산가능인구 고용률이 전국 하위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전이 65.6%로 12위, 광주가 63%로 14위, 대구가 65.7% 1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는 "눈을 낮춰 취업하고, 고된 일도 참을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은 희생을 강요하는 말처럼 들린다"며 "실업의 늪에서 허덕이고, 공무원에 목매는 청년들에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취업 정책은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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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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