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조정교부금 사태 험로 방향 맞아도 여론 수렴 필수 장기적으론 확충에 목표 둬야

지방재정 개편을 놓고 나라가 시끄럽다. 발단은 행정자치부가 지방재정전략회의 등에서 개편 방안을 내놓으면서다. 핵심은 살림이 넉넉해 중앙정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이른바 `불(不)교부 단체`에 조정교부금을 우선 배분하는 특례를 폐지하고, 도가 시·군에 나눠주는 조정교부금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또 시·군세인 법인 지방소득세의 50%를 공동세로 전환해 자치단체에 골고루 배분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방 재정의 `부익부 빈익빈` 해소에 방점을 둔 정부 방침에 `하향 평준화`라는 일부의 반발이 강하게 부딪힌 건 예상한 대로다.

경기도 성남시를 비롯한 6개 시는 발끈했다. 이 곳은 재정 수입이 쓸 곳보다 많아 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들이다. 전국 지자체 중 `금수저`로 불리는 지역이다. 하지만 대규모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자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오늘로 10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대규모 항의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단체장들은 지방재정 개편의 부당성을 알린다며 지방 투어라는 이름의 여론몰이를 병행하고 있다.

주관 부처인 행자부 입장은 확고해 보인다. 지방재정의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나 현재로선 균형에 중심을 맞춰야 할 시기라는 주장이다. 재정 여건이 상대적으로 나은 지자체에 돈이 쏠리는 현상을 바로 잡아 재정 형평성을 갖춘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지방재정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다. `원래 아랫돌인 가난한 지자체로 갈 돈을 제대로 돌려 주겠다`는 표현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 속에 `불퇴전`(不退轉)의 의지마저 엿보인다.

뜨거운 감자는 시·군조정교부금이다. 지역 간 재정력 격차를 해소해야 할 제도가 되레 시·군 사이의 재정 불평등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50%)와 징수실적(30%), 재정력 지수(20%)에 따라 나눠주다 보니 살림살이가 좋은 지자체 곳간이 더 두둑해진다. 특히 경기도 불교부단체 6곳이 조정교부금을 독식하는 특례는 두고 보기 어렵다. 불교부단체의 재정보전금이 조성액보다 적을 경우 `90% 우선 배분`으로 인해 지난해 기준 경기도 조정교부금 2조 6000억 원 중 52.6%인 약 1조 4000억 원이 6개 단체에 돌아갔다.

특례가 없었다면 이들의 몫은 32.9%인 8750억 원 규모로 감소한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결국 5250억 원 정도가 다른 25개 시·군으로 배분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경기도 내 시·군의 재정이 보다 넉넉해지면서 다른 시·도로 돌아가는 교부세가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진다. 재정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 취지가 경기도의 `꼼수`로 뒷걸음질 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선심성 예산 집행을 하는 지자체가 있는 한쪽에 공무원 인건비를 걱정해야 하는 시·군이 수두룩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두드러진 건 지방재정 개편안에 공감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충남 시장·군수협의회는 지난 7일 아산시를 제외 한 14개 시·군이 조정교부금 개선에 적극 협조키로 뜻을 모았다. 경북도 23개 시·군이 동참했다. 부자시(市)인 구미와 포항은 세수가 줄더라도 상생과 균형발전 차원이라면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교부세 의존도가 높다 보니 행자부에 대놓고 맞서기 힘든 지자체 처지를 감안하더라도 뜻밖의 원군이다. 최근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더연)가 `원칙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하지만 지향점이 옳더라도 절차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시·군 조정교부금의 경우 금년 중 지방재정법 시행령이 개정돼야 추진이 가능하다. 법인지방세의 공동세 전환도 법률 개정 사항이다. 연구 용역과 토론회 같은 충분한 의견 수렴이 전제돼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더연의 제안대로 자치단체 협의회 기능의 강화와 정부 정책 의사결정에 개방성·투명성·민주성을 함양하는 게 필수다.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건 정부의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의 사태가 장기적으로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성장통`이 될 수도 있겠다. 서울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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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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