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기보다 주는 사랑·평등·출산 서로 다른 남녀 하나되는 마음 가정이 인류의 희망 되새겨야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명품(名品)을 좋아한다. 명품시계, 명품가방, 명품의류 등을 소유하게 되면 마음의 뿌듯함은 물론이요, 다른 이에게도 은근히 뽐내고 싶어 한다. 이에 반해 명품을 모방하거나 비슷하게 만든 것을 모조품이라 하는데, 언뜻 보기에 명품과 별 차이가 없고, 명품 못지않은 품질로 많은 이들을 속이기도 한다. 오히려 어떤 이들은 비싼 명품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모조품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명품이 모조품이 될 수 없고, 모조품 또한 명품이 될 수 없다. 아무리 명품과 같은 재질과 형태로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그 안에 명인의 손길이, 그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과 모조품의 차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인간생명`(Humane Vitae) 이라는 회칙을 통해 혼인은 하느님께서 제정하셨음을 명백히 재확인하면서, 세대나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그런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의 산물이 아님을 말한다. 인간이 아닌 하느님께서 제정하셨다 함은 그 혼인 안에서 심오한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 심오한 뜻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을 때, 명품부부로서의 고귀하고 거룩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명품부부로서 갖추어야 하는 조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성의 상이성(相異性)이라는 한 남자와 한 여자다. 성(性)이 다른 두 존재가 근본적으로 같은 동등함 안에서 결합되어 이성의 의미, 즉 우리가 지닌 몸의 의미를 명확히 깨닫게 된다. 바로 몸의 의미는 내어줌에 있다. 내가 너에게 조건 없이, 어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선물로서 내어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의 큰 진리를 발견한다. 진정한 선물은 받는 이보다 주는 이의 기쁨이 훨씬 크다는 것을….

그렇기에 두 존재가 서로 나누는 사랑은 소유적인 사랑이 아닌, 자기 증여(Dono di se)로서의 사랑을 배우며 행하게 된다. 여기에 바로 명품부부로서의 두 번째 비밀이 숨어 있다. 배우자 사이에서 나누는 사랑은 네가 나를 충족시켜주는 사랑이 아닌, 내가 너를 충족시켜 주는 사랑이다. 나를 통해 네가 기쁨을 얻는 것이요, 나로 인해 네가 행복을 누리도록 내어주는 것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그 상황과 어떤 조건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사적(私的)인 계약이 아닌 공적(公的)인 서약이다. 따라서 이 사랑으로 맺어지는 남녀의 서약은 거룩할 수밖에 없다. 곧 성사(成事, Sacramentum)다. 그 사랑의 원천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빚어 만드실 때부터 시작되었으며, 또한 당신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사랑을 명백히 보여주셨다. 자기 증여로서의 사랑을 나누고 있는 부부는 곧, 보이지 않는 하느님 사랑의, 우리 눈에 보이는 살아있는 징표가 된다.

마지막으로 이 사랑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명의 힘(Fecondita)에 동참하는 것이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그 생명에 인간이 거스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 곧 자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명품부부로서 거듭 태어나는 세 번째 비밀이다. 이 사랑의 힘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늘 역동적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사랑을 낳고, 그 사랑이 또 하나의 사랑을 낳게 된다. 이를 통해 부부는 숭고하고 존엄한 생명의 그 거룩한 영역에 동참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가톨릭교회는 혼인의 삶은 곧 거룩함에로의 부르심(Vocazione alla santita)이라고 선언한다. 성(聖)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회의 미래는 가정에 달려 있으며, 가정이 인류의 희망이라 확언하셨다. 이는 가정이 곧 교회라는 뜻이다. 그만큼 가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도 있겠지만, 사실 가정 안에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신비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서슴없이 교회라 부르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성이 다른 두 남녀가 서로 한 몸(Unita)이 되어 살아가는데 겪는 어려움들은 결코 나만이, 내 가정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그 형태만 다를 뿐이지 모든 이가, 모든 가정이 안고 있는 힘겨움이다. 가정 안에서 포기나 체념은 있을 수 없다. 그럴 때일수록 한 발 더 배우자에게 다가가며, 보듬는 사랑을 통해 상처는 있으나 건강한 가정, 아픔은 있으나 희망이 가득한 세상의 모든 가정이 되길 소망하며 기도한다. 오늘도 내일도….

최상순 천주교 대전교구 가정사목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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