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사냥꾼이 던진 작살은 바다코끼리의 목덜미에 꽂혔으나 그때는 바다코끼리는 이미 물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바다코끼리는 고함을 지르면서 도망갔다. 목덜미에 꽂힌 창끝에는 튼튼한 바늘이 붙어 있어 웬만한 힘으로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바다코끼리는 작살에 걸려 있는 줄을 쥐고 있는 사람을 끌고 도망가려고 했다. 몸무게가 400㎏이 넘는 거대한 바다 맹수의 힘은 대단했으며 사람 따위야 그대로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사냥꾼은 두 다리를 구멍보다도 넓게 벌려 버티었다. 위험했다. 바다표범이 그대로 도망가면 사냥꾼의 두 다리가 찢어질 위험이 있었다.

하지만 용감한 사냥꾼은 고함을 지르면서 몸을 뒤로 눕히면서 바다코끼리와 싸웠다. 바다코끼리가 그 고함소리에 놀라 멈칫했다. 그 사이는 불과 30초였으니 그 사이에 사냥꾼의 동료가 달려와 힘을 합쳤다. 물속의 바다코끼리와 땅 위의 사람들의 목숨이 걸린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1진1퇴 하여 사람들이 바로 구멍 앞까지 끌려 갔으나 두 사람은 거기서 있는 힘을 다해 뒤로 버티면서 쓰러졌다. 그러자 그 힘에 바다코끼리가 버둥거리면서 구멍 밖으로 끌려 나왔다. 바다코끼리는 얼음판 위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 오히려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사람측의 승리였다. 두 사람이 버티고 있는 사이에 썰매를 탄 동료가 또 달려와 그 싸움에 열세 마리의 개들이 사람들에게 가세를 함으로써 바다코끼리는 천막까지 끌려갔다.

영국에서 온 민속학자들은 에스키모의 장로가 한꺼번에 두 마리의 바다코끼리를 잡은 사냥꾼들을 마다하고 작살을 던져 바다코끼리를 잡는 사냥꾼에게 그날의 최고 공로장을 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다코끼리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은 사냥꾼들은 총을 사용했으나 최고 공로상을 탄 사냥꾼은 작살을 던졌다. 작살은 에스키모들이 사용했던 전통의 무기였다. 자기 몸의 힘과 근육 그리고 강한 용기를 갖고 싸우는 불굴의 전통의 사냥법이었다. 그래서 장로는 그 전통의 사나이를 칭찬한 것이었다.

그날 그 천막에서는 또 하나의 경사가 생겼다. 전통의 사냥을 보고 만족한 장로는 그동안 온갖 학대를 받고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에스키모의 개들에게 특별한 조치를 내렸다.

에스키모들은 그날 잡은 일곱 마리의 바다코끼리들의 배를 갈라 그 내장들을 모두 끄집어내 굶주리고 있던 개들에게 던져주었다. 아직 체온을 잃지 않고 김이 나고 있는 내장들을 아낌없이 몽땅 개들에게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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