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학관 연계 자료 수집 근대문학 기록 콘텐츠화 필요

지난 5월 25일 마감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부지 공모에 16개 시·도 24곳에서 신청을 했다고 한다. 광역자치단체별로 2개 이하 지역을 자체 선정하도록 되어 있어, 이미 지역 경쟁을 거쳐 선발된 곳들이기에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담당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공정한 심사를 위해 과열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450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문화사업이라는 점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맞물려 이미 마감 전부터 각 지역마다 유치 당위성을 내세우고 선정 결의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2020년 개관을 목표로 하여 한국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문학유산과 원본 자료들을 수집·복원하여 이를 전시하고, 우리 문학에 대한 연구와 교육 기능을 담당하는 복합문화공간 구축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1만5000㎡에 이르는 부지 위에 도서관, 공적기록보관소, 박물관 등이 들어서며 북콘서트, 문학강연, 창작교실 등 문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행사를 개최하게 된다고 한다.

한국문학의 역사를 아우르는 문학관 건립은 이전부터 모든 문학인들의 염원으로 여러 차례로 논의되어 왔다. 1996년 `문학의 해`가 출범하면서 처음으로 근현대문학기념관 건립이 공식 제기되었으나 다음해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무산되고 말았다. 2008년에는 경기도에서 국립문학박물관 유치를 정부에 건의한 바 있었으며, 2013년 국립근대문학관 조성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고 마침내 올해 2월에 문학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함으로써 건립이 가시화된 것이다.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문학관 건립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그 시기가 너무 늦춰졌다는 데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906년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를 근대문학의 효시라고 할 때 우리의 근대문학 역사는 110년을 맞이하고 있다. 100년 이상 지난 자료들을 수집·정리하는 것도 큰일이겠지만 그보다도 원본 자료를 과연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변변한 개인 문학관조차 찾아볼 수 없었지만 이제 70여 곳에 이르는 문학관들이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웬만한 주요 자료는 이미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수필가 전숙희 선생이 세운 한국현대문학관은 조선시대 방각본과 딱지본, 시집, 소설집의 초판본과 작가들의 육필원고, 잡지, 사진자료 등 수천 점에 달하는 희귀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어령, 강인숙 선생의 영인문학관, 현대시박물관 등이 있으며, 동리목월문학관, 김유정문학촌, 이효석문학관, 토지문화관, 미당시문학관 등 쟁쟁한 시인, 소설가들의 개인 문학관들도 지자체의 후원 아래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대전문학관을 비롯 전북문학관, 마산문학관, 대구문학관, 인천의 한국근대문학관, 장흥의 천관문학관 등 지역문학의 역사를 수집·정리하는 곳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따라서 국립한국문학관이 기존의 문학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다고는 하지만, 사립 문학관보다 자료의 양과 질이 떨어진다면 `국립`이라는 단어 속에 들어 있는 위상과 막중한 책임감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우려스럽다. 기존의 문학관들이 사재를 털거나 어렵게 재원을 마련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끝에 얻은 결실들이기에 이를 기증받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건물만 덩그러니 멋있게 지어놓고 정작 그 안에 들어 있는 콘텐츠가 빈약하다면 국민들의 발걸음은 뜸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7월이면 문학관이 들어설 입지가 결정되고 곧이어 건물 공사가 착수될 것이다. 건물은 설계도대로 지으면 되지만 한국문학의 전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자료들과 콘텐츠의 확보가 3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얼마나 충실히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껍데기만 요란하다느니, 국민의 혈세만 낭비했다는 소리가 들리지 않게 주관 부서와 실무자들이 어떤 내용을 어떻게 채워 활용할 것인지에 집중하여 모든 여력을 쏟았으면 한다.

송정란 건양대 기초교양교육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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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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