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구멍에서 나와 있는 두 마리는 암수인 것 같았다. 짝짓기를 하겠다는 욕망이 너무 강해 핏자국이 남아 있는 곳인데도 올라온 것 같았다.

앞선 사냥에서 실패한 사냥꾼 마을 명사수도 이번에는 신중을 기했다. 그는 거리가 300m로 단축되었는데도 발포를 하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겨냥을 했다. 그곳 에스키모들이 갖고 있는 캐나다 중소기업 총포사에서 대량생산한 총이었으며 그 성능이 의심스러웠으나 그렇지 않았다. 첫 번째 총탄이 발포되자 수컷이 몸을 한 번 뒤집었다가 움직이지 못했다. 머리의 급소에 명중된 것 같았다.

그런데 그걸 보고 급히 구멍 안으로 달아나려던 암컷이 구멍 바로 앞에서 일순간 멈춰 뒤를 돌아봤다. 총탄을 맞은 수컷의 안부를 염려한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에 또 총이 발사되었다. 그러자 몸의 일부를 구멍 안에 넣고 있던 암컷의 몸이 경직되더니 몸의 나머지 부분이 구멍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암컷의 안타까운 순애였다.

총소리를 듣고 썰매 두 대가 달려왔고 바다코끼리가 쓰러져있는 것을 보고 환성을 질렀다. 사람의 힘만으로 끌고 가기가 힘들 것 같았던 두 마리의 바다코끼리들이 썰매에 끌려 천막으로 돌아갔다. 하얀 얼음판 위에 교통선처럼 붉은 굵은 선이 뚜렷하게 그어졌다.

천막 안에서 난리가 일어났다. 그날 출동한 네 조의 사냥꾼들이 모두 바다코끼리 사냥에 성공하고 그중에는 두 마리가 한꺼번에 잡히기까지 했다.

사냥꾼들을 지도하려고 따라 나왔던 늙은 사냥꾼 장로 한사람이 잡혀온 바다코끼리들의 시체를 조사했다. 프로야구의 뒤처리처럼 그날 사냥의 최고 공로자를 선출하기 위해서 였다. 거기서 선출된 공로자는 큰 상금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명예가 대단했다. 그에게는 그 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에서도 여자들이 몰려왔다.

사람들은 그날은 당연히 한꺼번에 두 마리를 잡은 사냥꾼마을의 명사수가 최고 공로자로 선출될 줄 알았으나 그렇지 않았다. 최고 공로자는 이웃마을의 젊은 사냥꾼 한 사람이 선출되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최고 공로자로 선출될 뻔한 그 사수는 그날 사격에 실패했다. 2조의 두목이 큰 수컷 한 마리를 겨냥했으나 총탄이 빗나갔다. 그러자 바다코끼리는 5m쯤 떨어져 있는 구멍으로 달려가 구멍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런데 그때 작살을 쥐고 인근에 있던 그 젊은 사냥꾼이 달려가 이미 구멍 속으로 들어간 바다코끼리에게 창을 날렸다. 혼신의 힘을 다한 훌륭한 투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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