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없는 원룸촌서 '몹쓸 짓' 대전경찰 수사력 '도마위'

연합뉴스 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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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섬마을 초등학교 교사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3명 중 1명이 지난 9년간 미궁에 빠졌던 대전지역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나자 당시 대전경찰의 수사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8일 대전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남 섬마을 교사 성폭행 피의자 중 1명인 김모(39)씨의 DNA가 2007년 1월 대전 서구에서 발생한 미제 성폭행사건 피의자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지난 4일 전남의 한 섬마을에서 동네 주민인 박모(49)씨, 이모(34)씨와 함께 술에 취한 여교사를 관사에서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구속됐다.

김씨가 지난 2007년 대전에서 저지른 범죄는 전남 섬마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해결될 기미 없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상태였다.

김씨는 2007년 1월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 원룸촌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의 집에 침입했다. 그는 당시 집 초인종을 누른 뒤 문을 연 피해자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방 안으로 침입한 뒤 성폭행을 저지르고 달아났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추적을 시작했지만 김씨와 피해자는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었고, 피해자가 김씨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용의자 특정에 실패했다. 9년간 미궁에 빠졌던 김씨의 범행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보유한 성범죄 피의자 DNA와의 대조 작업을 통해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경찰은 김씨를 검거하지 못한 이유를 "피해자가 사는 곳이 인적이 뜸할 뿐 아니라 CCTV조차 없는 원룸촌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대전경찰 관계자는 "당시 대전은 CCTV가 전면적으로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김씨의 동선과 인상착의 등을 특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미제로 남은 것도 단서를 확보하기 어려운 시기였다는 점이 큰 이유일 것이다. 현재 구축된 검거 시스템이었다면 보다 빨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당시 김씨를 검거했더라면 이번 섬마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반응이다.

대전 서구 둔산동에 사는 장모(27·여)씨는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단순히 `미제`라고 치부하지 않았다면 피의자가 조기에 검거됐을 것"이라며 "범죄자가 돌아다니도록 방치한 결과가 더 큰 피해로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 역시 범죄자를 조기에 검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여성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으려는 노력이 필요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는 비단 오늘날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도 범죄는 일어났지만 범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달라지며 부각되는 것일 뿐"이라며 "최근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등의 피해가 일어나면서 여성 범죄 예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추세지만, 여성 범죄를 대하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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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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