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희 수 건양대총장

"학생이 만족하는 대학, 인생도 꿈도 바꿀 수 있는 대학, 그런 대학을 꿈꿉니다."

1991년 신입생 400여명 규모로 개교한 건양대학교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다양한 기록을 갱신해왔다. 전국 최상위권 취업률 달성, 선진화된 교육 시스템 구축, 정부 재정지원사업 석권 등 손만 댔다 하면 모두 이루어내 교육계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건양대 앞에 `선도대학`, `잘 가르치는 대학`이라는 갖가지 수식어가 따라붙는 배경에는 하루 24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쓰는 김희수 총장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만 해도 그의 진두지휘 아래 단군이래 최대 지원사업이라 불리는 프라임사업을 비롯해 대학특성화사업(CK 사업), ACE·LINC 사업에 선정돼 타 대학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전략 대신 진정성으로 승부를 걸고, 변화의 기류에 흔들림 없이 한발 앞서 생각하는 선진화된 그의 교육 철학은 이번 사업 선정에서도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입학을 시켰으면 책임도 학교가 져야 한다"는 김 총장을 만나 건양대만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의 발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교육부의 프라임사업을 비롯해 ACE·LINC 사업, CK 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에서 잇따라 선정됐다. 비결이 있다면 무엇인지.

"비결이 딱히 있지 않다. 굳이 있다면 진정성 있게 하고, 그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우리는 교육부 사업을 따내기 사업 보고서를 쓰지 않는다. 이번 프라임 사업도 학생수는 줄고 대학 정원은 넘치는 상황에서 미래에 이공계 인력이 모자라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프라임 사업이 아니었더라도 대학에서는 시대 변화에 맞는 학과 조정 및 정책 수정이 필요한 시기였고 그것을 했을 뿐이다."

-건양대가 내세운 프라임 사업의 핵심은 무엇인가.

"핵심 콘텐츠는 예약학과 시스템이다. 예약학과란 기업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어주면 충분한 상호협의를 통해 취업을 예약하는 학과를 만든다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업계가 가장 원하는 2년 경력수준의 전문인력 배출을 위해 기업소프트웨어학부를 신설하고 기업이 주문한 교육과정 44학점 가량을 학사일정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 기업소프트웨어 분야 1위인 독일 `Global SAP`사와 협업을 하고 SAP사가 4억 원 상당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했다. 웅진과 하이모, 농심NDS 등 각 분야에서 우수한 국내 외 건실한 기업들과도 취업예약을 위한 기본적인 협약을 맺었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까지 세계 5대 임상시험 강국 도약을 목표로 했는데, 이를 대비해 선도적으로 임상의약학과도 신설했다. 현재 약학, 간호학, 생물학 등 관련분야 경력자들이 별도의 교육을 받은 후에 임상CRO 분야에 투입되고 있는데, 우리는 임상 실험을 담당할 CRC(임상시험코디네이터), CRA(임상시험전문요원)를 양성하기 때문에 졸업 즉시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재난안전소방학과는 건축물에 발생하는 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기술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활용해 ㎖미리 건축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사전에 재난안전소방을 설계하는 스마트 전문가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주)글로벌코오롱, 한국건설안전기술원, (주)혜인이엔이 등 기업들이 취업예약기업으로 협정이 맺어져 있는 상태다.

이들 학과들은 1년 10학기제, 프로젝트식 수업을 선보이며 파격적인 학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창의융합대학을 확대해 만든 PRIME(프라임)창의융합대학에 속하게 된다."

-최근 발표된 대학특성화사업(CK 사업) 성과 평가에서도 전국의 대학 중 가장 많은 7개 사업이 계속 지원 대상에 선정됐는데.

"대학특성화사업은 건양대가 특히 잘하는 분야다. 우리 대학은 수년째 학과명, 교육내용, 교육방향에 변화를 준다. 단지 시류에 따라 인기있는 학과 이름을 가져다 쓰는 게 아니다. 사회수요가 있고 학생들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도록 자기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점에서 CK사업은 우리가 진정성을 가지고 준비했고, 그 결과 전국에서 유일하게 7개를 신청해서 모두 선정되는 성과를 이뤄냈다. "

김희수 총장은 `프라임`을 비롯해 CK사업 모두 나랏돈을 따내기 위해 출혈 경쟁과 과다한 지표 설정을 통해 이뤄낸 성공이 아님을 수차례 강조했다. 건양대학이 나아갈 중장기 발전계획과 정부의 구조개혁 방향이 맞아 떨어졌을 뿐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별도의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건양대가 선전할수록 교육부, 정치권과의 네트워크를 운운하는 목소리도 많다.

"사실 우리도 그런 모함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교육부에는 가본 적도 없다. 정치권과 교육부 네트워크에 의존했다면 학교법인 건양학원은 없을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열심히 한 덕분이다. 입학을 시켰다면 학교가, 교수들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최근 건양대는 `건양 명예코드`를 선포했다. 정직, 도전, 자신감 세 가지를 핵심 덕목으로 삼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생소한 명예코드라는 것을 도입한 이유가 있다면.

"건양대가 앞으로 100년간 지속될 명문 대학으로 굳건하게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모두가 공유해야 할 기준점, 바로 행동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다.

건양 명예코드는 앞으로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공유하는 단단한 중심이 될 것이고, 대학의 교육철학, 운영정책 등 모든 부분에 반영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꼭 지켜줬으면 하는 세 가지 덕목이 바로 정직, 도전, 자신감이다. 세상에 나가면 항상 나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정직해 떳떳하고 도전정신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살아간다면 반드시 조직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건양대만의 생존전략이 있다면.

"위기를 잘 이용하는 사람이 성공도 할 수 있다. 지금 대학이 처한 현실이 위기가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위기가 있기에 도전도 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앞으로 국내 대학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무기를 가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있다. 이는 지방대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마찬가지다. 취업이든 연구든 공학이든 각 대학이 잘하는 분야가 있어야 그 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학생들이 모이게 될 것이다. 요즘은 서울에 있는 이름 있는 대학들도 학생들을 저녁까지 모아놓고 영어를 가르치고 자격증 공부를 시킨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제 더 이상 이름만 가지고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방증이다. 우리 대학은 지금까지 취업을 특성화하고자 했고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취업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되 해외취업도 더욱 활성화 시킬 것이다. 또한 이번 프라임 사업과 같이 교육 특성화를 통해 건양대만의 무기를 더욱 키워나갈 계획이다."

-동기유발학기 시행, 창의융합대학 설립, 기숙형 대학(RC) 도입 등 항상 다른 대학보다 새로운 시도를 발빠르게 시도하고 있는데, 해외 교육기관에서 벤치마킹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일본에 있는 한 대학은 한 학점을 따는데 150시간을 투자한다. 우리는 15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전부다. 최소한 한 학점 따는데 50시간은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야만 사회에 나갔을 때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았다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의사로서 성공한 삶을 살다가 건양 중·고등학교를 인수하고 대학과 대학병원까지 세웠다. 현재는 대학에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육철학이 궁금하다.

"(나는) 애국자는 아니다. 1950-60년대 미국에 가서 보니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50달러. 미국은 그때도 몇만달러였다. 고도로 발전한 미국의 문화를 보면서 우리도 좀 바꿔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문명의 혜택을 주는 길이 없나`라는 일념으로 교육자의 길을 가게 됐다. 교육을 하다 보니 정치하는 사람이 `대학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뛰어들었는데, 많이 힘들다. 하지만 우리 학생이 외부 공모전에서 상을 타거나 좋은 곳에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그때야 말로 보람을 느낀다. "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뒤로하고 10년-20년 뒤 건양대의 모습을 그려본다면.

"학생수가 줄어들고 대학은 넘쳐나는 게 현실이다. 여러 전문가들도 앞으로 10년 안에 살아남을 대학과 없어질 대학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한다. 건양대는 단순히 살아남는 대학이 아니라 특색있는 교육을 하는 대학, 저 대학에 가면 이거 하나는 제대로 갖추고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 색깔있는 대학을 꿈꾼다. 내 자식을 보내고 싶은 대학, 교수가 학생을 사랑하는 대학, 20년 뒤 건양대는 그런 대학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리=원세연 기자

◇ 김희수 총장은

충남 논산시 양촌면이 고향(1928년생)이다. 연세대 의대를 나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등에서 수학하고 1962년 서울 영등포에 김안과를 세웠다. 1979년 논산에 있는 건양 중·고교를 인수한 뒤, 1991년에는 건양대를 설립해 육영사업에 나섰다. 건양대 이사장을 거쳐 2001년부터 총장직을 맡아 대학을 이끌고 있다. 항상 수첩을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를 메모하고, 하루 1만보 이상 걷는 것이 취미이자 건강 비결이다.

1982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으며 1996년 `충남을 빛낸 100인`으로 선정됐고, 2001년 연세대 의대 총동문회 `올해의 동문상`을,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2010년에는 일자리 창출지원 유공자로 선정돼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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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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