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王 錫 글雲 米 그림

사냥꾼 마을은 거주세대가 7세대 밖에 되지 않는 마을이었으나 모두 대가족이기 때문에 총인구는 100명에 가까웠다. 백야가 시작되었으므로 밤 10시였으나 모두 자지 않고 뛰어나왔다. 모두 50마리나 되는 개들도 요란하게 짖고 있었다.

사냥꾼들 마을의 집들은 모두 캐나다에서 온 생필품들을 포장했던 나무상자들로 지어져 있었다. 상품 선전 문구가 그대로 기입된 나무판자들로 지붕을 덮고 벽들을 막고 있었다.

집들은 반쯤 땅속에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하 25도나 되는 바깥의 추위를 막아주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의 냄새가 고약했다. 냄새는 집 여기저기에 걸려 있는 식량에서 났다. 바다표범 바다코끼리 캐리브(순록의 일종)들의 시체가 용도에 따라 여기저기에 걸려 있었는데 아주 덜 말려진 고깃덩이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고 비린내가 진동했다. 잡아온 지 오래된 것들은 방안에 걸려 있고 잡아온 지 오래되지 않은 것들은 집 입구에 걸려 있었다. 에스키모의 식구들은 남녀노소 모두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으므로 그 칼로 시도 때도 없이 그 고기들을 잘라 먹고 있었다. 물론 생것을 그대로 먹었다.

또 고약한 냄새의 발상지가 있었다. 현관 입구에 있는 석유 깡통들이었다. 에스키모들은 밖에 나가 변을 보지 못했다. 오줌이 그대로 고드름이 되어버렸고 대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엉덩이가 동상이 걸렸다. 그래서 그 석유깡통 등에 누런 액체와 고체가 담겨 있었고 거기서 고약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좁은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 사람들의 몸내는 방의 난방이 되기도 했으나 그 냄새 또한 향기롭지 못했다.

마을 촌장가로 동행한 사냥꾼 콘판티의 집에 투숙한 두 사람은 그래도 최상석인 안쪽에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는데 바닥에는 흰곰 껍질이 깔려 있었다. 영국 같으면 최상급의 호화로운 침구였는데 그 밑에는 바로 얼어붙어 있는 흙덩이였다.

두 사람은 잠을 자지 못했다. 백야의 눈부신 빛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옆에서 밀고 들어오는 그 집 식구들의 엉덩이들에 깔려 눈을 감고 있다가 새벽에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였으나 태양빛이 찬란했다.

아침이 되었으니까 아침밥을 먹어야만 되었으나 에스키모들에게는 정해진 식사시간이 없었다. 배가 고프면 먹고 부르면 배설을 하는 것뿐이다.

그래도 아침은 오랜 잠을 자고 난 뒤이니까 대부분의 에스키모들은 9시쯤에는 배가 고파져 식사를 한다. 그게 아침인 셈인데 영국인들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렇게 아침을 먹고 바다코끼리사냥에 나서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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