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생태계 기반생물 부정 인식 심각 통합물관리로 과도한 증식 대응을

이른 무더위 속, 밝고 푸른 신록이 정말 아름다운 때다. 가족, 친구 등과 장미축제 등을 둘러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때이나, 그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찍 닥친 더위와 직업 때문이다. 필자가 일하는 곳은 K-water다.

K-water의 주 임무는 물 관리다. 물 관리는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마치 `우산장수와 짚신장수를 아들로 둔 엄마` 처럼 날씨에 따라 변덕스러운 마음이 된다. 비바람이 거세면 홍수를 걱정하고, 열흘이나 보름만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을 걱정한다.

금년에는 봄비가 잦은 편이었다. 덕분에 가뭄걱정을 다소 덜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찍 시작된 더위가 문제다. 이른 더위로 댐 호수나 크고 작은 하천에 녹조발생이 우려되는 등 더욱 세심하고 과학적인 수질관리가 필요해진 까닭이다. 사실, 녹조가 사회문제화 된지는 오래지 않다. 녹조는 남조류, 녹조류 등 플랑크톤의 대량번식으로 물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는 걸 말한다. 강과 호수 등에서의 조류(藻類)문제는 4대강사업 이후 급부상했다. 이전에도 녹조가 발생했지만, 오늘과 같은 사회적 이슈는 아니었다.

현재, 우리 국민의 조류(藻類)에 대한 인식은 심각할 정도로 부정적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조류로 인한 위험발생 가능성을 성인병이나 먹거리로 인한 것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반면에, 전문가 집단은 가뭄발생 가능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녹조에 대한 부정적 언론보도 증가 등이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맛이나 냄새, 조류독소 등 조류자체의 위험도에 비해 과도한 수준의 위험도 인식은 자칫 본질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조류를 무조건 없애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조류(藻類)는 약 35억 년 전 처음 생겨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기원이 400만 년 전인 것에 비춰볼 때, 이 미생물은 매우 뛰어난 생존전략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조류는 웬만한 교란행위에 대처하는 능력이 무척 뛰어난 편이다. 조류는 수생태계의 1차 생산자로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반생물이다. 물론, 조류의 과도한 증식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고 다른 생물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적기에 선제적 대응 등을 통해서 조류를 저감할 필요가 있다.

K-water는 녹조 상황반을 중심으로 녹조발생 전과 후로 나눠 체계적인 녹조관리에 힘쓰고 있다. 특히, 올해는 녹조의 원인이 되는 오염원 관리를 위해 관련기관 합동 오염원 점검 및 조치를 연 2회에서 4회로 강화하였고, 드론을 이용한 상시 수질모니터링 등을 통해 조류의 과도한 증식을 감시 및 예방 중이다. 실제 녹조가 발생하면 수상녹조제거장치, 물순환장치 등을 가동해 조류발생을 저감하게 된다. 이와 함께 보에 저류된 물을 주기적으로 일시에 방류하는 펄스형(pulsed flow) 보 운영으로 녹조저감과 수환경 개선 등에 앞장선다. 댐 저수지와 보에 Test-bed를 제공, 시제품 성능을 평가해 주기도 한다.

기후변화시대를 맞아 물 관리 분야에도 더욱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통합물관리(IWRM)가 있다. 물 전문기관 중심으로 수계 내의 다목적댐, 농업용 저수지, 하천 등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계 관리함으로써 홍수, 이수, 수질 등 수자원관리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다. 아직 시범적용 단계이지만 이러한 다양한 노력과 준비과정을 모아 정량적인 효과분석을 통해 체계화하면 좋은 물 관리 사례가 될 것이다.

얼마 전 한 녹조 토론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시 패널 한 분의 말씀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그분은 `녹조를 제거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 더위로 녹조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차분하고 냉철한 자세로 적정 수준의 녹조 관리방안을 함께 고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김봉재 K-water 댐유역관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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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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