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의지 보이고 출국… 남북관계 성과 등 '입지' 변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6일 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30일 귀국함에 따라 `반풍`(潘風)의 위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 퇴임 이후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는 시기까지 바람이 이어져 대권 가도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반 총장은 이날 출국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방한 일정이 대권 행보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제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서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며 대권과 연결 짓는 것을 경계했다. 입국 첫 날 대권 의지를 시사한 뒤 이튿날 수위 조절에 나섰고, 일본에 다녀온 뒤 광폭 행보를 펼치면서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듯 하다가 다시 몸을 낮춘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정치권 인사는 찾기 어렵다. 반 총장 스스로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오히려 잘 짜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정교하게 움직이면서 국내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나아가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렸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반 총장의 행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서 `구시대 정치`라고 비판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는 대단히 우호적이다.

반 총장은 중앙일보가 27-28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p)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28.4%를 획득, 1위에 올랐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방한 기간 동안 차기 대권 주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이미지를 부각시켜 대선의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매김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역적으로는 `충청대망론`에 힘 입어 중원과 대구·경북(TK)에서 환영을 받았고, 보수성향 및 고령의 지지층 결집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등 무시 못 할 무게감을 보여준 게 사실이다.

관건은 반풍을 얼마나 끌고 가느냐로 모아지지만 의문부호가 없지 않다.

당장 대선을 1년 6개월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총장 임기 종료인 연말까지 국내 정치에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혹독한 검증을 벼르는 상황에서 한 방이 터져나올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할 처지다. 반 총장 지원 세력으로 충청권 중심의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이나 외교부 이너서클, 여당 내 친반(친반기문) 성향의 정치인이 있다고는 하나 공개적으로 나서기에는 시기적으로 위험부담이 크다.

야권은 이미 반 총장을 향한 견제구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반 총장이 너무 나간 것 같다"며 "반 총장이 결단과 리더십이 있는지, 경제문제에 대한 (능력에) 의문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검증하면 그렇게 좋은 평가 나올지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가혹한 검증을 예고한 발언인 셈이다.

반 총장이 출국에 앞서 `오해`라는 표현을 써가며 `셀프 엄호`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반 총장으로선 퇴임 때까지 국내 여론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며 남북관계 진전 등의 모멘텀 마련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우력하다.

`통일·안보`라는 차기 리더십에 부응하는 데 주력하며 `통합`의 이미지 구축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 총장이 남은 임기 동안 남북 관계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는 등 `성공한 사무총장`이 될 때 입지가 공고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송신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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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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