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안감 해소·지역민 상생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대책 마련 원자력 시설 신뢰 확보 최우선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안`을 행정 예고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일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의 관리 시설을 위해 2028년까지 부지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2035년까지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용 후 핵연료를 모두 모아서 다음 단계로 가기 전에 임시로 저장할 수 있는 중간 저장 시설을 건설하고 2053년에는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사용 후 핵연료는 보는 시각에 따라 말 그대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일 수가 있고, 향후 재활용을 하게 되면 소중한 에너지 자원일 수도 있다.

즉 원자로에서 한번 사용하고 난 후에 재활용 계획이 없어서 그냥 지하에 매설을 하게 되면 방사능의 준위가 매우 높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된다. 반면에 사용 후 핵연료 안에는 아직도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비롯한 대부분의 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속로와 같은 특수 원자로를 개발하면 계속해서 쓸 수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관리의 요체는 필요한 부지를 적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부지 확보의 관건은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여부이다. 지역 주민들이 동의하려면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있어야 한다. 그 논리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주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에 관한 확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의 문제이다. 원자력 안전은 과학기술로 풀어 나갈 수 있고, 지금까지 외국에서의 경우를 잘 연구해 보면 더욱 안전한 방안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역 주민들과의 상생의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원자력 시설과 지역 주민들과는 그렇게 잘 지내온 것 같지 않다. 원자력 안전에 관한 주민들의 불안도 큰 몫을 했지만 그것 못지않게 지역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이 원자력 시설이 해당 지역에 들어온다고 해도 경제적인 이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울산, 포항, 거제, 그리고 광양과 같이 자동차, 철강 및 조선과 같은 산업이 있는 도시들은 우리나라 평균보다 훨씬 높은 수득 수준을 보이지만,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은 그렇게 소득이 높은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수산물이나 농산물도 다른 곳에 비해 잘 팔리지 않는다고 주민들이 불평한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원자력발전소에 근무하는 많은 직원들은 발전소 내에 있는 관사에서 생활을 하니까 주변의 지역 주민들과는 대부분 단절이 되어 있다. 점심 식사도 구내에서 해결하고, 손님이나 와야 밖에 있는 식당을 이용한다. 간단한 생활 용품이나 간식도 구내에 있는 편의점을 이용하니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

가족들은 대부분 서울에 있는 주말 부부 형태다. 그러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만약 사고라도 나면 자기들만 피해를 보고 직원들 가족은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자력이 환영을 받기 위해서는 원자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득을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에 도움이 되고 원자력 덕분에 공기도 깨끗해진다는 이야기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하다못해 전기 요금이라도 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원자력이 도무지 도움이 되는 것 같지가 않다.

만약 원자력발전소 직원들이 주민들과 함께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그 동네 주민이 되고, 아이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반상회도 같이 할 경우 상황은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구내식당도 없애고, 점심이나 저녁 시간에 동네 식당에 나와서 같이 식사를 한다면 지역 경제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동네의 젊은이들이 원자력발전소에 취직해서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사용 후 핵연료 관리를 위한 부지를 마련할 때는 원자력 안전에 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지역 주민과의 상생을 넘어 서서 지역 주민과 관리하는 주체가 하나가 되는 정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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