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거리 '10m 증가' 장애물 회피 어려워 단속기준 55년째 적용… 관련법 개정 시급

현행 음주운전 단속 기준에 못 미치는 적은 양의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해도 위급상황 대처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실제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음주운전 단속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가 55년 전인 1962년 제정된 것이어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26일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운전면허 단속 기준 이하인 혈중알코올농도 0.03-0.05%로 운행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평소에 비해 장애물 회피·차선유지 등 위급상황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속 60㎞로 운전을 할 때 전방에 적색 신호등이 켜질 경우,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에는 0.131초의 반응시간이 소요된 반면 술을 마시면 0.328초가 걸렸다. 브레이크를 밟는 힘 역시 떨어져 평균 20.5m인 제동거리가 10m 증가한 30.1m를 기록했다.

위험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 역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자들은 '운전정밀적성검사' 판정표에 기재된 상황지각, 위험판단, 정서안정성 등 13개 검사항목 중 8개 항목에서 3-5등급의 낮은 판정등급을 받았으며, 행동안정성·정신적 민첩성·동체시력의 경우에는 평소에 비해 등급이 3단계 아래까지 떨어졌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술을 마신 상태로 운전을 하게 되면 주의력과 판단력, 운동능력 등이 저하돼 다양한 사고를 유발한다"며 "음주운전은 자신은 물론 타인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단속 기준보다 적은 양의 술을 마셔도 이처럼 교통사고 위험이 크게 높아지지만, 현행 음주운전 단속 기준은 지난 1962년 이래 55년째 그대로라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 제 44조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금지'에 따르면 '운전이 금지되는 술에 취한 상태의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인 경우로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는 지난 1962년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29조에 명시된 '주취의 한계는 혈액 1ℓ에 대해 0.5㎎, 또는 호흡 1㎖에 대해 0.25㎎으로 한다'와 동일한 기준이다. 지난 55년간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는데도 법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시민들도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청이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운전자 700명, 비운전자 300명)을 대상으로 혈중알코올농도 0.03%까지 단속 기준을 내리는 방안에 대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1%가 찬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대전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단속 기준 강화에 찬성하는 응답률이 75%를 넘었다는 것은 음주운전 근절에 대한 시민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라며 "0.03%로 단속기준을 강화하면 음주운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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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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