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가정 격리 엄두 못내 환자 증가

"아이들 키우는 집에서는 수족구병 안 걸려 본 사람이 없을 정도에요. 미열이 나는 정도면 애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그냥 어린이 집에 내보내는 부모도 허다합니다."

대전 대덕구 법동에 살고 있는 김모(40)씨는 최근 다섯 살짜리 딸이 수족구병에 걸렸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김 씨의 딸은 손과 발에 물집이 잡히는 증상이 보였으며 구토와 설사를 동반했다. 김 씨는 어린이집에서 수족구병을 옮은 것으로 보고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딸을 집에 격리했다.

김 씨는 "어린이집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학부모의 경우 돌봐줄 사람이 없어 물집이 나는 등 확실한 증상을 보이지 않으면 어린이집에 내보낸다"며 "면역력이 강한 아이들은 그냥 감기처럼 지나가지만 딸의 경우는 손과 발, 입에 수포가 나서 한참동안 고생했다"고 말했다.

지정감염병인 수족구병은 발병 즉시 자가 격리가 필요함에도 먹고 살기 바쁜 어른 탓에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추세로라면 6월 정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돼 영·유아들을 가진 부모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25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 4주간 지속적으로 수족구병 의사환자가 증가해,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인 올해 20번째 주차에는 전체 외래환자 수 1000명당 수족구병 의사환자 수가 10.5명으로 나타났다. 10주차 0.8명에서 17주차 28명으로 서서히 증가하던 수족구병은 18주차와 19주 5.7명, 7.7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6월 중 유행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족구병은 지난 2009년 지정감염병으로 지정됐으며 주로 5월에서 8월 사이에 유행한다. 생후 6개월-5세 이하의 영·유아에서 주로 발생하고 특히 발병 후 1주일간 가장 전염성이 강하다.

증상은 발열과 두통, 설사, 구토, 발진·수포 등으로 처음 2-3일 동안 증상이 심해지고 아이가 잘 먹지 못하며 열이 발생하고 3-4일이 지나면 호전되기 시작해 대부분 1주일 안에 회복된다. 다만 신경계 합병증, 신경원성 폐부종, 폐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할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 등 집단생활시설에서 전파에 의한 집단발생 가능성이 있으므로 개인위생 청경을 당부했다. 또 손, 발, 입안에 수포가 생기거나 열이 나는 등 수족구병 의심증상이 보일 경우 즉시 인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치료기간 동안 가급적 타인과 접촉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전염을 막기 위해 아이들의 장난감, 놀이기구, 집기 등을 청결히 하고 환자의 배설물이 묻은 온 등을 철저히 세탁해야 한다"며 "병이 의심되면 병·의원에 진료를 받고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달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