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효과 한스 페터 투른 지음·신혜원·심희섭 옮김 열대림·272쪽·1만6000원

뒤늦게 귀족 대열에 합류한 괴테. 그는 노후에 자신의 신분에 걸맞게 밝은색 옷을 입은 모습으로 여러 그림에 등장했다. 출세한 사람들이 그랬듯 그도 하얀색 식탁보를 깔고 음식을 먹었고, 하얀색 냅킨으로 입을 닦았으며, 하얀 빵을 먹었다. 색채론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백인을 `아름다운 인간 모습의 절정`이라고 여겼다.

반면에 괴테의 비서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은 신분에 맞게 언제나 갈색이나 녹색 재킷을 입고 괴테의 수발을 들었다.

색은 이처럼 서로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지위와 명망을 과시하고 집단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신분을 구별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자유롭게 색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오늘날 고정된 색깔 규범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색의 선택과 활용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은 다양한 색깔을 통해 서로를 표현하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 사회학, 문예학 미술사를 공부한 한스 페터 박사가 쓴 `색깔 효과`는 색깔이라는 주제에 대한 새로우면서 늘 반복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왜 자동차 색깔은 무채색 일색인지, 금발 여자는 멍청하고 흑발 여자는 교활하다는 식의 통념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여자가 남자보다 색깔 친화적인지 등을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이 외에도 색에 대한 관용과 금기, 단체색과 사회색의 의미와 사례, 노란 조끼를 즐겨 입었던 칸트 이야기를 예로 들며 색깔을 어떻게 연출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까지 색에 대한 궁금점을 해소시켜준다. 그동안 색을 분류하고 물리나 심리, 신학 등의 차원에서 다루는 이론은 많았지만 색을 사회학적으로 다룬 시도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색의 의미와 기능을 사회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거의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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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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