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지난해 1200조원을 넘어선 이래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20조원 넘게 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잔액)가 1223조 7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어제 발표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인구를 5150만 명으로 볼 때 1인당 평균 2376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가 뒷받침을 해준다면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늘어도 큰 걱정거리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승폭은 3.45%포인트로 세계 19개 신흥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1위를 차지한 중국(3.59%포인트)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높은 부채비율도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3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무려 87.2%나 됐다. 신흥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자 중국의 38.8% 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2000년 50%대에 진입한 이후 지속적인 증가로 인해 신흥국 중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국가'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가계부채를 방치했다간 나라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감소로 이어져 내수부진과 저성장의 악순환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과 전셋값 상승을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서도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거에 가계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묘책은 없는 법이다. 그렇다고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우선은 국민들이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깨닫고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당국에서도 가계부채가 나라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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