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지정 스마트러닝 환경 구축 매주 교사 한자리 모여 수업 컨설팅 학생 동아리 운영 주도적 역량 강화

20일 오후 2시 30분 조치원여중 2학년 3반 교실.

정규수업이 끝난 이 교실에서는 배움중심의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수업은 `일본군 위안부의 오해와 진실`이란 주제로 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배경과 논쟁을 집중 조명했다. 수업은 스마트 패트나 스마트 폰을 활용한 스마트 러닝 형식을 취했다. 학생들이 인터넷 환경 속에서 위안부 문제를 탐구하고 모둠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이뤄지도록 했다.

지도교사는 학생들의 질문에 상세하게 설명해줌으로써 궁금증을 풀어줬다. 학생들의 수업태도는 진지했다.

조치원여중은 지난해 혁신학교로 지정, 올해부터 이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매주 운영하고 있다. 이 학교는 연기군 시절만 해도 중심학교로 각광받은 곳이었으나 세종시가 되면서 변두리 학교로 전락, 학생들의 학습의욕이 떨어졌다. 해마다 70-80명의 학생이 빠져 나가면서 학교가 위기에 빠졌다. 학생들의 학력은 신도심 중심 학교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교사들의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학교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굳이 혁신이 아니더라도 교육방식을 바꾸는 길 뿐이었다. 그래서 생활교육과 정서교육을 함께 실천하는 혁신학교를 선택했다.

9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가 세종시 외곽의 변두리 학교로 전락하자 학교 구성원들은 어떻게 하면 배움을 즐거움을 깨닫고 배움을 통해 성장하며 삶의 변화시킬 것인지 고민했다. 이런 고민 끝에 이 학교는 혁신학교를 시작했다. 보여주기식 프로그램과 이벤트성 행사들을 없애고, 오직 `학생이 중심이 되는 학교문화`와 `배움이 중심이 되는 수업`을 중심에 두고 학교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이런 때문에 조치원여중 교사들은 바쁘다. `어떻게 지식을 잘 전달할까, 어떻게 잘 가르칠까`에서 `어떻게 서로 도우며 탐구하게 할까, 어떻게 배움이 일어나게 할 수 있을까`로 전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2015년 학기 말에 전교사 합의를 거쳐 손우정 교수로부터 `배움의 공동체` 수업 컨설팅을 받기로 하고 매달 첫 주 금요일 5교시 수업 후 한 학급만 남겨 전교사들이 모여 수업을 나누고 협의회를 하고 컨설팅을 받는다.

수업을 자원한 교사는 1주일 전에 수업에 대한 계획을 짜서 다른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사전 수업디자인 협의회를 거쳐 의견을 받아 수업계획을 수정한다. 한 교사가 수업을 하지만 모든 교사들이 수업을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든 교사들이 자신이 담당한 모둠의 학생들을 관찰하며 언제 배움이 일어나고 언제 주춤거리는지 배우며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처럼 모둠 별로 앉아서 같은 모둠의 학생들의 배움에 대해 서로 무엇을 배웠는가를 나눈다.

전체 나눔을 거치고 컨설팅을 받으며 학생들의 독서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등 구체적인 대안을 고민한다. 둘째 주 금요일에는 학년별로 독서모임을 갖는다. 책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등 6권을 정하고 각 학년별로 돌아가며 읽고 독서토론을 한다.

셋째 주 금요일에는 각 학년별로 수업 나눔을 하고 협의회를 갖는다. 전교사가 다 수업을 공개하는데 전교사 수업 나눔, 학년별 수업 나눔 시간에는 전교사가 참여하고 그 외에는 교과별로 또는 수업 친구와 수업을 공개하고 협의를 거치는데 모든 수업 공개 전 수업을 디자인할 때 여러 교과의 교사들이 함께 참여한다. 넷째 주 금요일에는 모든 교직원들이 참여하는 취미 동아리 활동이 있는 날이다. 볼링반, 등산반, 요가반, DIY반, 배드민턴반, 탁구반, 공예반, 기타반이 구성돼 운영되고 있다. 교사들 간 친목과 정서교감이 고양되는 날이다.

수업이 어려운 반은 동료 교사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협력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학교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학생과 교사가 더불어 한 발짝씩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현주 교육연구혁신부장은 "아이들 중심의 교육을 하려면 학생들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리고 교사 상호간에도 존중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학생과 교사가 함께 하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치원여중은 학생중심의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생 자치회의실을 새롭게 만들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 정비했다. 학생회와 각 위원장들을 중심으로 학생 중심의 다양한 자치활동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조치원여중은 이전과는 다른 활기와 열정이 넘쳐났다.

크고 작은 학생회 주관 행사 외에도 학생 자율동아리를 운영해 학생중심의 학교 혁신을 실천하고 있다.

자율동아리는 학생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계획하여 활동하는 동아리로 지도 자문 교사가 있으나, 동아리 운영의 거의 모든 것을 학생자율에 맡긴다. 학생 자율동아리를 선정할 당시 교육연구혁신부에서 10개의 동아리만 선정해 운영예산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공식적인 학생 자율동아리로 선정돼 지원받기 위한 학생들의 참여와 경쟁이 뜨거웠다.

현재 선정된 밴드부, 글림, 지구방위부, Effort Math, Study Mate, Let 美 girl 등 열 개의 자율동아리는 학생회 주관 학교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 학생중심의 학교문화를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으로 운영되는 동아리활동도 학생의 희망과 자율적 선택을 고려한 동아리로 전환시켰다.

지금까지는 교사의 희망과 요구에 따른 동아리를 일방적으로 개설하고, 학생들이 개설된 동아리 중 하나 선택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학교 교육과정 상의 동아리도 학생의 자율적 운영과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학생 중심의 학교 교육과정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혁신학교를 시작하며 학생 자율의 다양한 선택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한 변화 중 하나이다. 곽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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