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

서양의 기초 위에 동양의 미학을 실현시킨 화가 `이중섭`,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국립미술관 역사상 처음으로 `이중섭 개인전`이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6월 3일부터 10월 3일까지 4개월간 덕수궁 미술관 전 관에서 `이중섭, 백년의 신화`를 진행한다.

이중섭이 우리나라의 국민작가임을 부정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예술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인물이 이중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문헌에서 이중섭의 이력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작품 또한 `소`나 `은지화`가 알려져 있을 뿐 전체 면모를 드러낸 적이 별로 없다. 세계 미술의 조류, 그리고 한국 미술의 여정에서 이중섭이 차지하는 위치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노력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또 그의 삶에 비극이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시대의 아픔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할 때, 그 `시대`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노력도 많지 않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50여개 이상의 소장처에서 모은 이중섭의 작품(유화, 수채, 은지화, 드로잉, 엽서, 편지 등)과 아카이브(도서, 잡지, 사진자료 등)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예술가들의 작품과 자료도 함께 선보인다. 또 당시 시대 상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기법이 동원되며 시대 문화를 대변하는 시청각 자료를 활용, 그가 살다간 시공간을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 식민·해방·전쟁을 겪으며 어려운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에 이중섭이 거쳐간 `시간`, `공간`을 따라 전시가 이뤄진다.

이중섭은 1916년 평안남도 평원에서 태어나 평양·정주·일본 도쿄에서 교육을 받았다. 원산을 거쳐 부산·제주도로 피난 생활을 했으며, 한국 전쟁 후에는 통영·대구·서울 등을 전전하며 정처없는 삶을 살아야 했다. 그의 `정착하지 못한 삶`은 식민지 시대와 한국 전쟁을 경험했던 한 세대가 대부분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선택의 여지가 없던 경로였다. 그의 비극적 삶은 비록 짧은 실패로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예술작품, 그리고 그의 `꿈의 자취`들은 여전히 세대를 거치면서도 끈질기게 살아 남아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영감과 자극의 원천이 될 것이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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