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관 불신 등 막연한 심리적 불안감 샘물·정수기 사용 비용 年 2조원 발생 안전 관리체계 구축·홍보 신뢰 최우선

미국의 공학한림원(National Academy Engineering)은 20세기에 이룩한 인류의 최고업적의 하나로서 상하수도(water supply and distribution)를 들었다. 인간의 평균수명을 대폭 연장했다는 것인데, 1900년대 미국의 평균기대수명은 47년이었으나 2000년대에는 77세로 늘어났고, 기대수명 30년의 증가에 안전한 물의 공급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수돗물을 음용수로 사용하는 비율은 외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 워터저널(2014년 3월호)에 따르면 영국 90%, 미국 82%, 일본 78%가 수돗물을 음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55%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수돗물 음용 현황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정도가 수돗물을 끓여 마시고 있고, 또한 전반적으로 수돗물 음용률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수돗물 만족도 조사`(수돗물홍보협의회)에 따르면, 수돗물 음용률이 높을 때는 정수기 음용률이 감소했고, 정수기 음용률이 높을 때는 수돗물 음용률이 감소하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수돗물 음용을 정수기 음용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 음용에 대한 인식을 알아보기 위한 `수돗물이 식수로 적합한가`에 대한 의견 조사에서는 `수돗물이 식수로 적합하다`는 응답이 절반(58.5%)이었지만, `부적합하다`는 의견 또한 40.5%이었다.

음용률이 낮은 원인 중 주요한 것은 물맛이 없거나 이물질 등으로 인한 기술적 요인 보다 막연한 불안감과 수도관 불신 등의 심리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며(67%), 수돗물을 마시지 않는 이유의 31.9%는 `막연함 불안감`이다. 그 이유는 `주변에 마시는 사람이 없으니 마시지 않거나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모르니 마시기 불안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수돗물 음용률이 낮은 것이 왜 문제일까? 먼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한다. 생수, 정수기 등의 수돗물을 대신하는 소비제품의 이용자가 증가하면, 생수병 쓰레기 처리비용이 들고 정수기 대기전력이 낭비된다.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생수 이용은 지하수 고갈을 초래할 수 있고, 정수기 이용은 제조공장의 탄소 발생을 유발한다. 수돗물의 탄소 발생량은 생수의 탄소발생량보다 현저하게 적으며, 따라서 수돗물을 마시는 것으로 탄소발생량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정수기를 이용하는 경우 정수과정에 버려지는 물의 양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물 낭비가 발생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돗물은 선진국보다 훨씬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대전시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환경부의 먹는 물 수질기준에서 제시하고 있는 59개 항목 외에 136개 항목이 추가된 195개 항목을 검사하여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광역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는 K-water에서는 이 보다 더 강화된 250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113개 항목, 일본의 124개 검사 항목에 비해 훨씬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환경운동연합을 포함한 70개 시민단체와 4개의 관련기관이 주도적으로 `수돗물 시민 네트워크`를 만들어 `수돗물 마시기`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수돗물의 안전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취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 수돗물 전 과정의 수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수돗물을 안전하게 공급하는 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파주시의 경우 관리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1%대이던 파주시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관리시스템도입 후 전국 평균 5%보다 약 5배 높은 24.5%로 크게 향상되었다고 보고되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 수돗물의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관리시스템에는 노후 수도관 교체 등 급수시설 및 배수시설 개선과, 잔류염소 및 냄새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정수장 공정 및 배수(配水)의 최적화, 낡은 옥내 급수관·저수조의 개량 등이 포함된다. 샘물(생수)과 정수기 사용에 들어가는 비용이 한해 약 2조 원 규모라고 한다. 수요자인 시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수돗물이 공급되면 불필요한 비용의 지출을 막고,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대전시나 K-water와 같은 수돗물 공급자는 안심하고 마시기에 충분한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한 검증시스템을 갖추고 적극적인 홍보에도 더욱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시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공공기관의 솔선수범도 필요하다. 허재영 대전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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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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