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오후 제주포럼 참석차 1년 만에 귀국하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여당 인사들은 대체로 반색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야권에선 애써 무시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인사들은 반 총장을 깎아내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반 총장은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다녀오는 것 말고는 국내에서 짜여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떠나는 날까지 반기문 대망론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굴 것임을 짐작케 한다.

정치권 안팎에선 반 총장이 새누리당 친박 세력 등에 업혀 내년 대선에 출마하는 시나리오가 정설처럼 돼 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가 연말까지인 까닭에 본인은 긍정도 부정도 않는 'NCND' 화법으로 대응하는 상황이지만 반 총장과 대권도전을 등치시키려는 여론이 확산 추세에 있다.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충북 제천 출신 이원종 전 충북지사를 깜짝 기용한 일도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를 키운 측면이 있다.

문제는 반 총장에 대한 야권의 부정적 시선이 온당한지 여부다. 결론적으로 반기문 대망론은 자연발생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가 꾸준히 여론 지지율 상위에 랭크되고 있는 것은 현실 정치토양의 '결핍'을 채워줄 것이라는 충청권을 포함한 주요 지지층의 집단정서를 대변한다. 야권 입장에서 반 총장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 이다. 20대 총선 승리를 시발로 내년 대선을 정권교체 호기로 판단하고 있는데 반 총장이 대선 무대에 오르면 대선판도가 한차례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다. 반기문 대망론을 가만 놔두면 야권 잠룡들의 기득 질서가 위협받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 때문에 야권은 반 총장을 친박 후보 프레임에 묶여 두고 싶어한다. 대선 후보로서의 국민적 대표성을 축소시키는 한편, 신(新)지역주의 결합 부분을 파고들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전망과 분석도 반 총장이 대선 주자로 확정됐을 때 유효하다. 단지 정치적으로 반대 진영에 합류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야권이 반 총장을 경원시한다면 정치 인심치고는 야박하다. 솔직히 대선 판이 활기를 띠려면 '메기효과'라는 말처럼 강자가 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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