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인간, 사유의 방법 되돌아봐야"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특강중에 강연참가자에게 본인의 저서를 건네는 모습.  사진=대전특허법원 제공
정재승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가 특강중에 강연참가자에게 본인의 저서를 건네는 모습. 사진=대전특허법원 제공
"저는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입니다. 뇌의 다양한 기능 중 `선택`이라는 행동을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죠. 사실 제가 연구하는 분야가 그렇게 크게 인기가 있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두 달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군요."

정재승(44)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지난 3월 벌어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에 대해 이야기하며 강의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그는 인공지능의 발달 과정과 현재 인공지능이 도달한 수준, 앞으로 사회에서 벌어질 일들을 대비하기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대전특허법원은 23일 오전 11시 30분 청사 5층 대회의실에서 `특허법원과 KAIST가 함께하는 과학콘서트` 3번째 특강을 개최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정 교수는 `뇌 공학은 미래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정 교수는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이 제시한 컴퓨터,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내놓은 `AI(artificial intelligence)`가 인공지능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컴퓨터가 등장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기계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지만, 컴퓨터는 사람의 뇌처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계"라며 "AI라는 개념이 나온 지 60여 년이 됐는데, 그 AI가 4000년간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던 바둑에서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추상화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현재의 인공지능은 데이터 사이의 공통점을 추출해 추상화한다"며 "알파고는 바둑 룰을 모른다. 하지만 수십 년간의 기보를 분석해 이길 수 있는 방법대로 자신의 돌을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이 우리에게 가져올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미래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교육, 인공지능보다 더욱 나은 사고를 위한 인식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대한민국은 언어중추가 있는 좌측 측두엽, 논리적 계산을 잘하는 두정엽이 발달하면 머리가 좋다고 말하는 나라다. 하지만 이것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유일한 분야"라며 "교육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언어적·수리적 영역이 아닌 본능과 사유 등의 영역에서 더욱 나은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뇌의 모든 영역을 두루 잘 쓰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미래에서 받을 충격을 알파고와의 바둑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방식을 통해 미리 경험했다"며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뇌를 사용하는 방식, 생각하는 방법, 일하고 있는 태도를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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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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